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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 통일로 30년]미하엘 박사 "민주주의 가르치되 생각을 절대 강요해선 안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31 17:49

수정 2014.12.31 20:37

獨 연방정치교육센터 미하엘 박사 "세뇌 덜 당한 젊은층 먼저 교육을"

마르코 미하엘 독일 연방정치교육센터 박사 사진=김유진 기자
마르코 미하엘 독일 연방정치교육센터 박사 사진=김유진 기자

【 베를린(독일)=김유진 기자】 "가르치되, 절대로 어떤 생각을 강요하거나 주입시키지 않습니다. 이런 철학 아래 독일 연방정부는 분단 시절 서로 다른 정치사상 아래에서 살아 온 사람들이 통일 이후 역사나 민주주의에 관해 공감대를 넓힐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베를린 독일 연방정치교육센터(bpb)에서 만난 마르코 미하엘 박사는 "초기 동독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면서도 '스스로 배우게 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독일식 역사 교육에 자부심을 나타냈다.

독일의 이 같은 교육관은 통일 이후 동독 출신의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를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지 깊이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확고해진 측면이 있다. 장벽 철거와 같은 물리적 통일을 넘어, 동서독이 완벽하게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정서적·사상적인 통일 역시 중요한 과제였다.


미하엘 박사는 "서독 사람들에게는 독일 통일 이후에도 크게 변한 것이 없었지만 동독 사람들에게는 통일 이후 그야말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며 "동독 사람들이 스스로 민주주의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미하엘 박사가 이 같은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배경에는 독일 연방정부가 정치와 국가관, 역사 등을 가르칠 때 따르는 '보이텔스바흐 협약(Beutelsbach Konsensus)'이 깔려있다.

이 협약의 주된 내용은 정치교육과 관련, 교화 혹은 주입식 교육을 금지한다는 데 있다. 정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는 개인적인 성향이나 사상에 관계없이 정치나 역사와 관련된 사실을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전제하고 있다.

미하엘 박사는 "동독 사람들로 하여금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도록 하고, 나아가 동독의 독재 혹은 인권유린 문제 등 과거 역사를 청산하도록 하는 것이 까다로웠다"며 "서독과는 다른 체제 아래에서 세뇌당해 온 동독 주민들에겐 이 같은 내용의 가르침을 받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혹은 민주주의, 자유 등과 같은 단어가 북한 주민들에게는 거의 금기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미하엘 박사는 "북한 주민들의 경우 동독 주민들보다 세뇌당한 정도가 더 심할 수 있는데, 세뇌당한 정도가 그나마 조금 덜한 사람들,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우선 교육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동독 출신을 내세워 서독 사람들에게 분단 시절의 생활상을 소개하거나 하는 식의 교육은 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미하엘 박사는 독일의 수준 높은 민주주의가 통일 이후 동서독을 통합하는 데 더욱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스스로를 독일 기독교민주당(CDU)의 당원이라고 소개하면서도 "정권의 색깔과는 상관없이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가르친다"고 자신있게 언급했다.

이 또한 독일식 민주주의 교육 시스템에 깔려있는 굳건한 철학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미하엘 박사는 한 시간여 계속된 대화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20년 동안 이 일을 해 왔습니다.
앞으로 50년 뒤 당신이 다시 이곳을 찾아오더라도 변함없이 오늘 한 것과 같은 내용을 이야기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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