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징기차 합작.. BESK社 중국 시장 안착
韓서 생산된 배터리 셀 中서 받아 팩으로 조립.. 올해 하반기 설비 2배 확대
【 베이징(중국)=최진숙 기자】 베이징 시내에서 남동쪽으로 차를 타고 1시간 남짓 달리니 이좡(奕莊)경제개발단지가 나왔다. 스모그로 시야는 다소 흐렸지만 공기는 매서운 한파의 서울보다 덜 차가웠다. 사방엔 사각형 건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굴뚝은 없었다. 글로벌 기업의 부설 공장을 집중 유치, 베이징시가 전략적으로 조성한 이 일대 겉모습은 일반 사무실 풍경과 비슷했다.
SK이노베이션과 베이징기차가 합작해 만든 BESK사의 전기차 배터리팩 공장이 이곳에 있었다. 생산설비는 3층짜리 건물 지하에 위치했다. 국내 충남 서산의 SK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된 셀을 공수받아 베이징에서 소비될 배터리팩을 만드는 작업 일체가 여기서 진행되고 있었다.
■올해 베이징기차에 배터리팩 7000개 공급
충남 서산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은 경기 평택항에서 중국 톈진항으로 운반된 뒤 육로를 통해 이곳으로 들어온다. 총 이동시간은 6∼7일. 한번에 배터리 100팩을 제조할 수 있는 규모의 셀은 일주일 간격으로 운송되고 있었다. 팩 하나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셀의 개수는 차종에 따라 376개 또는 273개다. 셀의 크기는 가로 21㎝, 세로 19.5㎝, 두께 7.7㎜였다. 팩은 개당 판매가가 1800만원가량 된다. 이 팩을 장착한 전기자동차는 평균 4000만∼5000만원에 팔린다.
지하 공장에 들어서니 20대 초반 중국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쳤다. 생산자들은 보통 25명이 한 조를 이뤄 하루 2교대로 움직인다. 생산 라인은 셀 투입조에서 시작됐다. 이 작업은 자동화가 돼 있었다. 기계는 셀을 들어올려 규격에 맞게 자른 뒤 모듈에 집어넣고 레이저 용접으로 접착을 완료했다. 인력 투입은 다음 단계부터였다. 한쪽에서 모듈에 셀의 정보를 읽게 하는 보조기구를 달고 있었고, 그 옆엔 모듈에 커버를 씌우는 작업반이 붙어 있었다.
배터리팩으로 완성되는 과정에서 가장 시간이 걸리는 공정은 여러 모듈을 묶어 차체 크기에 맞게 디자인하는 일이었다. BESK 신동영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배터리팩은 자동차 트렁크 아랫부분에 장착된다. 최적화된 디자인으로 공간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번 고심한다"며 "일단 설계된 디자인에 맞춰 한 치의 오차도 없게 모듈을 배치하는 것이 이 공정에선 핵심기술"이라고 했다.
공장은 지난 9월부터 본격 배터리팩 양산을 시작, 그동안 1500팩을 제조했다. 설비는 연간 1만개 생산 가능한 체제를 갖췄지만 BESK 측은 현재 물량 수주 추이를 감안하면 2만개 생산 규모로 증설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영 CTO는 "베이징기차에 올해 공급하기로 이미 확정된 배터리팩이 7000개다. 올해 하반기 지금의 2배 규모로 설비를 확대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밀도 높아…한번 충전 200㎞ 주행
이곳에서 생산된 팩은 BESK 주주기업인 베이징기차와 베이징정공에 대부분 공급된다. 중국 '빅5' 자동차회사에 속하는 베이징기차는 자산 12조원 규모로 연매출액이 10조원가량 된다. 전자업체 베이징정공은 자산 16조원 규모의 베이징시 소유 기업이다.
SK가 베이징기차·베이징전공과 인연을 맺은 것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대대적인 전기차 확대방안을 추진하던 베이징시는 베이징기차와 함께 전기차부품 제조 파트너를 찾기 위해 전세계 업체를 탐방중이었다. 베이징기차 수뇌부는 2013년초 한국을 찾아 국내 기업 3곳을 돌아본 뒤 결국 SK와 손을 잡았다. 그해말 베이징기차와 SK는 공동투자해 합작사 BESK를 출범시켰다.
BESK 측은 SK 배터리 성능에 강한 신뢰감을 갖고 있다. BESK 쉬샤오둥 부사장(COO)은 "SK배터리의 강점은 에너지밀도가 높다는 점이다. 한번 충전으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것이 기술이다. SK배터리는 한번에 200㎞ 주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쉬샤오둥 부사장은 "향후 지금보다 주행거리를 20% 높이는 것, 생산물량을 늘려 현재 경쟁사보다 높은 원가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이 SK배터리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SK, 제일기차 등으로 네트워크 확대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를 꿈꾸는 SK는 이곳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 공략 교두보로 삼고 있다. 유럽 전기차시장 진출을 위해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털사와 합작해 만든 SK콘티넨털은 지난해 11월 전격 사업을 접었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콘티넨털이 현지 공급처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던 탓이 컸다. 그에 비하면 중국시장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SK 측 판단이다. 베이징기차와의 안정적인 파트너십, 여기에다 베이징 전기차 시장에 대한 강한 기대감 때문이다.
베이징은 향후 자동차 공급대수를 2017년까지 연간 17만대로 제한하면서도 여기에 전기차 할당제를 적용하고 있다. 올해 3만대, 내년 6만대, 2017년 6만대 전기차 보급을 추진 중이다. 올해와 내년 신규 등록 차량의 20%, 40%가 전기차가 되는 셈이다.
임기택 SK이노베이션 배터리차이나 비즈니스팀장은 "베이징에선 자동차 구입이 추첨으로 이뤄진다. 사고 싶어도 운이 없으면 못 산다는 이야기다. 현재 구입 대기자만 180만명이다. 이들은 전기차라도 당첨만 되면 곧바로 구매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는 향후 제일기차, 장안기차, 둥펑자동차 등 중국 북방지역 자동차회사로도 네트워크를 넓힐 계획이다.
jins@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