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한국인의 삶] (1) 대학졸업까지 3억.. 사교육 부담에 결혼 미루고 애 안낳고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31 18:07

수정 2015.01.05 18:08

허리 휘는 교육비, 온국민이 생활고<1>
재수·휴학·어학연수 포함땐↑ 가구 소득의 27%가 양육비로
자녀 2명땐 맞벌이해야 유지 급증하는 사교육비 잡아야

의학의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세(남 77세, 여 84세)까지 늘어났다. 만 60세, 회갑잔치를 하는 것이 쑥스러울 정도다. 늘어난 수명만큼 고민의 깊이도 더 깊어졌다. 조리원에서부터 납골당까지 어느 것 하나 경쟁 아닌 것이 없다. 경제력의 격차는 부의 대물림뿐만 아니라 학벌에까지 직결되고 있다. 희(喜)와 락(樂)보다 로(怒)와 애(哀)가 더 사무치는 세상인 셈이다. 이처럼 팍팍한 세상에서도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가정을 만들며 느끼는 보람과 희열은 우리 모두를 살아가게 만드는 생명수다. 치열함과 절실함, 불안과 행복이 공존하는 세상, 파이낸셜뉴스는 신년을 맞아 2015년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희로애락을 짚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엄마들 사이에서는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정설이 된지 오래다. 대한민국에서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여기에 아이의 체력과 도우미 아줌마의 사랑이 더해져 '5대 조건'으로 확장된 버전도 있고 부모, 친가·외가 조부모를 합쳐 '식스포켓'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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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대학졸업까지 '3억' 이상 필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웃픈(웃기지만 슬픈)' 이런 얘기들이 통하는 것은 자녀를 키우는 데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자녀 1인당 대학졸업까지의 총 양육비는 3억896만4000원으로 이전 조사인 2009년의 2억6204만4000원보다 4692만원이나 급증했다. 시기별로는 0~2세의 영아기 양육비용이 3063만6000원, 유아기(3~5세)가 3686만4000원, 초등학교가 7596만원, 중학교 4122만원, 고등학교 4719만6000원, 대학교가 7708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아이 한 명의 양육을 위해 월평균 118만9000원이 드는 셈. 특히 이 조사에는 재수나 휴학, 어학연수 등이 빠져 있어 이를 포함하게 되면 더 늘어난다.

4인 가족 기준 도시근로자 가족의 월평균 소득이 세전 기준 510만28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실수령액(월 430만원 수준)의 27% 이상이 아이 한 명의 양육비로 지출되는 구조다. 자녀가 2명 이상이거나 대출까지 있는 가정이라면 맞벌이를 하지 않고서는 가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연구소장은 "어느 나라나 보육비 부담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사교육비 부문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다"면서 "선진국의 경우 공적인 교육시스템으로 이를 보완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잡히는 사교육비가 주범

자녀 양육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역시 사교육비다.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가정에서 자녀 양육비용 중 부담되는 항목의 1위로 사교육비(57.9%)를 꼽았고 유치원 등 보육위탁 비용이 17.3%로 큰 격차를 보이며 2위로 나타났다. 2013년 기준 초·중·고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18조6000억원에 달하며 초등학교가 7조7000억원, 중학교 5조8000억원, 고등학교가 5조1000억원 순이었다. 1인당 사교육비는 유럽발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지난 2012년 월 23만6000원까지 줄어들었다가 2013년 월 23만9000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이에 대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자녀들까지 포함돼 있고 방과후 학교와 EBS 교재 구입비도 빠져 있다"면서 "실질적인 교육비 지출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들의 애를 태우는 것은 사교육비 지출과 아이들의 성적이 정비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상위 10%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1만6000원으로 하위 20%의 16만2000원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비 중 증감률이 가장 높은 항목 역시 사교육비인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복지 논란 속터지는 부모들

이 같은 상황에서 부모들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교육복지 재정 문제다.

지난해만 해도 어린이집 휴원, 점심급식 차질 등으로 부모들은 직접적인 불편을 겪었고 심지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과 무상급식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일선 교육청 간의 갈등에 마음을 졸이는 상황이 이어졌다.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사립의 경우 방과후 활동비 포함 월 29만원이 지원되고 무상급식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월 6만원 수준이다.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만 차질이 생기더라도 가계의 경제적 부담은 지원금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결국 고령화 시대를 막기 위해 다자녀 출산을 권장하고 있지만 정작 낳고 난 이후에는 양육 부담으로 잠 못 드는 상황이다.


정 소장은 "보육이나 교육 모두 기본적인 수준까지는 국가에서 보장해주는 것이 맞다"면서 "다만 교육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시장 메커니즘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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