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웨딩 피해 20억원 규모, 박람회 변질이 주요 원인
전시법 개정안 도입에 기대
동양전람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전시회 전문기업인 동양전람은 주로 조달박람회와 웨딩박람회를 운영해왔던 기업으로, 최근 자회사인 웨딩컨설팅업체 동양웨딩앤허니문이 박람회를 연 직후 파산신청을 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동양웨딩앤허니문은 이미 파산직전인 12월 초 박람회를 열어 고의적으로 소비자 피해를 야기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결혼준비대행 서비스 분야에서 동양과 관련된 소비자 피해 신고는 지난해에만 15건에 달했으며 12월 들어서만 12건이 집중적으로 접수됐다. 업계에서는 단순 계약금 피해자들의 경우 비용적 손실이 크지 않아 신고를 포기한 것을 감안할 때 피해 금액이 2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무등록 웨딩전시주최 기업 난립
6일 전시컨벤션업계에 따르면 웨딩박람회가 무자격 전시주최기업의 난립으로 제2·제3의 동양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전시회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전시주최사업자로 정식 등록된 업체만 개최할 수 있지만 웨딩박람회의 경우 미등록 무자격 업체가 개최하는 박람회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소비자 피해를 입힌 동양웨딩앤허니문 역시 모기업인 동양전람이 전시주최자로 등록됐을 뿐, 자회사는 무등록 기업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웨딩관련 박람회를 개최하는 기업 중 전시주최사업자로 등록된 곳은 3~4곳에 불과하다. 3~4개 등록사업자가 연간 개최할 수 있는 박람회는 많아야 업체당 2~4회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연간 수백건의 웨딩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것부터 무자격기업 상당수가 이 시장에 난립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람회는 대부분 전시주최기업이 부스 참가기업을 모집해 진행한다. 때문에 참가기업이 부도가 나지 않는다면 전시주최기업이 파산해도 금전적인 피해를 야기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전시주최자인 동양웨딩앤허니문의 부도가 어떻게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을까.
전시컨벤션업계에서는 변질된 웨딩박람회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한다. 부스 참가기업을 모집하는 대신 주최자가 협력사로 부스를 채우는 방식으로 전시회를 진행하고, 해당 전시회에서 소비자와 직거래를 통해 계약금 및 선불금 전액을 챙긴 후 협력사에 후불 결제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동양웨딩앤허니문의 파산으로 협력사가 입은 피해액만도 6억원에 달한다.
■감독기관 부재 추가 피해 우려
그러나 이 같은 무자격 업체의 난립을 정부는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시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진흥과측은 이번 사건의 재발 방지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무역관련 등 국제전시분야를 주로 담당하기 때문이나 웨딩이나 이런 민간까지 신경쓰기가 어렵다"며 "무등록업체에 대한 제재를 할 수는 있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 구제를 위한 장치 마련은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산업부 산하 전시산업시행기관인 전시산업진흥회도 마찬가지다. 진흥회관계자는 "동양웨딩앤허니문 같은 미등록업체의 꼼수를 적발하기 어렵다"며 "오는 3월부터 전시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도입되면 무자격업체의 난립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피해소비자 구제방안은 요원하다. 무자격업체를 단속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무자격업체로 인한 피해자를 위한 대비책은 거의 전무한 것. 현재 전시주최 사업자로 등록하기 위한 조건은 직원 2명이상, 자본금 5000만원과 전시사업계획서만 있으면 가능하다. 사실상 등록업체가 되기 위한 조건도 까다롭지 않은 셈이다. 프랜차이즈나 직접판매업계는 피해자 구제를 위해 가맹금 예치제도와 공제보험 가입 등의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사실상 웨딩박람회 주최기업은 최소한의 소비자 피해방지 대책조차 없는 실정이다.
무등록 업체인지 아닌지 소비자가 일일이 알아보고 박람회장을 찾고 또 계약에 대한 책임 역시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 웨딩박람회의 현실이다.
동양웨딩앤허니문 역시 국내 굴지의 공중파 방송사의 이름을 빌려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소비자 피해를 키웠다. 여기에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무역전시장이 행사 장소였다는 점도 소비자를 현혹하기에 충분했다.
한 전시컨벤션업체 관계자는 "일부 전시장들은 전시장의 이미지를 고려해 무자격 업체에 대관을 자제하고 있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전시장들조차 검증없이 대관을 진행하고 있다"며 "무등록업체의 전시주최를 제한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소비자 피해 발생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후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박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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