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3일(현지시간) 장중 45달러선도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저점 전망 하향조정에 나섰고 33달러 예상도 나온다.
CNBC,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원유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저항선인 배럴당 45달러 선이 두번이나 무너졌다. 오전장 후반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결국 배럴당 전일비 0.18달러(0.4%) 하락한 45.89달러로 마감했다.
런던 시장(ICE)에서는 국제 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 2월 인도분이 0.95달러(2.0%) 하락한 46.48달러에 거래됐다.
WTI 2월물은 장중 2009년 3월 이후 최저수준인 배럴당 44.20달러까지 하락했다. 유가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 35.40달러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유명 석유 애널리스트인 더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 필 플린은 "44달러가 다음번 저항선 목표로 설정한 값이었다"면서 "이 선도 무너지면 걸프전쟁(1990년 8월~1991년 2월) 당시 유가(약 38달러)를 (저점)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게인 캐피털 공동 창업 파트너이자 에너지 애널리스트인 존 킬더프도 장기 추세선이 무너진 상태라면서 유가가 배럴당 33달러선을 향해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6월 배럴당 20달러에 WTI를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연초 20달러 풋옵션 계약은 한 건도 없었지만 지금은 1만3219 계약에 이른다. 석유물량으로 치면 1300만배럴에 이른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저점 설정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석달여간 차트분석가들이 제시한 주요 저점들이 빠르게 무너진 터라 이번 '가격전쟁' 당사자인 사우디아라비아나 미국의 펀더멘털이 변하지 않는 한 바닥이 어디쯤일지조차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WTI는 지난해 6월 배럴당 107달러에서 무너지기 시작해 57% 넘게 폭락한 상태다.
쇼트힐스 캐피털의 스티븐 와이스 파트너는 "유가는 아직 바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상품은 수급 지표가 변할 때에만 바닥을 형성한다"고 지적했다.
PNC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폴 크로보도 양적분석은 유가 바닥을 예상하는데 충분치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피보나치 분석 등을 이용해 40달러 후반대 저점을 예상했었지만 빗나갔다면서 지금은 지정학적 사건이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변화만이 유가를 다시 안정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크로보는 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디폴트는 "바닥의 신호가 되는 사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OPEC 회원국 가운데 재정적으로 가장 취약한 국가로 지목되고 있고, 올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대외채권 만기가 돌아온다.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베네수엘라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한편 OPEC은 산유량 동결 결정을 계속 밀고나갈 것임을 확인했다.
수하일 알마즈루에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석유장관은 이날 두바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OPEC은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감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혀 6월 OPEC 회의 때까지 감산 논의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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