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공유 말라'는 정부, 빅데이터 활성화 발목 잡아
고객정보 유출 사태 등에.. 정보통신망·금융지주법 등 개인정보보호 잇따라 강화금융권 "핀테크 발전 막아"
2015년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업권 간 경계선이 허물어지는 지금이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운 금융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적기라고 보고 있다. 새로운 금융산업의 등장이 다시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 모두 빅데이터를 활용했을 때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권을 중심으로 싹터 왔던 빅데이터는 지난해 초 국내 금융권을 강타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급격히 시들해졌다. 이에 본지는 유독 국내 금융권, 특히 은행권에서 얼어붙은 빅데이터 시장을 '금융혁신의 키 빅데이터를 키워라'라는 주제로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1월 국내은행들은 빅데이터(Big Data) 전담부서 신설, 정보공유 시스템 투자 등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야심찬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첫발을 내딛자마자 불어닥친 고객정보 유출 태풍에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신용정보법, 금융지주법, 정보통신망법 등의 개정안들이 1년 사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고 금융권(특히 은행권)의 빅데이터 투자는 사실상 동결됐다.
■잇따른 개인정보보호 강화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유출 시 금융사가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토록 하고 관련 매출의 3%까지 과징금을 물게 한다. 더불어 수집된 정보를 거래종료 후 파기하고, 제3자에게 제공된 정보는 이용기간 종료 후 없애도록 했다.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또 개정된 금융지주법은 금융지주그룹 내 회사 간 정보공유를 제한했다. 마케팅을 목적으로 고객에게 상품 및 서비스를 소개하거나 구매 권유 목적의 정보제공은 금지됐다. 공유가 가능한 범위는 '내부 경영관리 목적'으로 한정됐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에 대한 정의를 '해당 서비스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라고 더 상세히 명시했다. 지난해 11월 29일부터 시행된 이 개정안은 과도한 정보수집을 막고 이용자 동의 항목을 최소화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주기적으로 이행상황을 점검·관리하고 있다. 대출모집인 모범규준 개정, 신속 이용정지제도 도입, 비대면 영업 가이드라인 마련 및 시행, 금융전산 보안 표준지침안 마련, 모바일앱 보안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추진해 완료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온도차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정안들이 금융사 책임을 강화해 자체적으로 정보보안에 집중 투자하도록 했다"며 "고객에게 필요하지 않은 마케팅을 위한 정보공유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정보유출 리스크를 최소화했다"고 자평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법 개정이 빅데이터 활용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금융회사를 위한 마케팅에는 정보공유가 금지돼 있지만 고객을 위해 사용되는 정보공유는 허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강화가 빅데이터 활성화를 막는 직격탄이 됐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금융지주법 개정안이 말하는 마케팅 차원의 정보공유 금지는 빅데이터 활용을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빅데이터는 수집한 정보를 통해 고객에게 맞춤형(필요한) 상품들을 추천하는 데 쓰이는데 이것이 마케팅을 위한 정보공유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가 터지기 전에는 고객 서비스 차원으로 해석되겠지만 정보유출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마케팅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철퇴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개인정보의 해석에서도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개인정보란 직간접적으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라고 설명했다. 개인을 특정화할 수 없는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니라는 뜻이다. 빅데이터는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기에 금융사들이 이를 활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권 정보분석팀 관계자는 "정보를 수집·분석한 후 특정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시했을 때 고객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하면 결국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비쳐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핀테크, 인터넷은행 등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서는 정보공유가 필요한데 법의 해석이 시선에 따라 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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