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으로 오른쪽 고관절(엉덩관절)이 탈구돼 55년 동안 다리를 절며 살았던 임경자씨(56·여)가 인공관절수술로 걸을 수 있게 됐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은 인공관절센터 장준동 교수가 임 씨에게 두 번에 걸쳐 양쪽 고관절에 인공관절수술을 진행한 후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임 씨는 선천성고관절탈구로 어려서부터 오른쪽 다리가 왼쪽 다리에 비해 5cm가량 짧았다. 이 때문에 다리를 절게 됐다. 또 짧은 오른쪽 다리에 맞춰 걷다보니 왼쪽 다리는 오자 모양으로 휘어졌다. 그가 30살이 넘었을 때 갑자기 다리에 참기 힘든 통증이 찾아왔다. 병원을 찾은 그는 상대적으로 왼쪽 다리를 많이 사용한 탓에 왼쪽 고관절에 염증이 생겼고, 비틀어진 자세 때문에 허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의사는 "우측대퇴골두와 골수강이 사라진 상태에서 대퇴골이 너무 위로 올라가고 가늘어져 수술 위험성이 너무 커 손을 댈 수 없다"며 수술을 포기했다.
대신 양쪽 다리 길이를 맞추기 위해 휘어진 왼쪽 다리를 먼저 수술을 통해 교정했다. 이후 오른쪽 다리는 1년 동안 인공적으로 늘리는 시술을 했다. 그러나 오른쪽 고관절은 여전히 탈구된 상태였고 수술 후에도 다리를 절 수밖에 없었다.
그는 3년 후 다시 통증을 겪었다. 이번에는 잠도 못 잘 정도로 다리가 쑤셨고 등까지 아파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했다. 검진 결과 척추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척추수술을 받고 등과 다리 통증은 사라졌지만 고관절 탈구로 인한 양측 고관절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다. 또 인공관절수술을 하지 않으면 완전히 못 걸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장준동 교수는 두 번에 걸쳐 그의 양쪽 고관절에 인공관절수술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25일, 1차 수술로 탈구된 오른쪽 고관절에 특수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 시행했다. 장 교수는 골수강을 새로 만들고 컴퓨터 항법 유도장치를 이용해 인공관절을 정확하게 삽입했다. 대수술 끝에 임 씨는 오른쪽 고관절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었고 다행히 걱정했던 신경이나 힘줄의 손상도 없었다. 이후 12월 23일 2차 수술이 진행됐고 골관절염이 생긴 왼쪽 고관절에 인공관절을 삽입하며 양쪽 다리 길이를 똑같이 맞출 수 있었다.
장 교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회복기간을 거친 뒤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선천성고관절탈구 환자는 적절한 시기에 인공관절수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씨는 "통증이 너무 심해 통증만 사라지기를 바랐는데 양쪽 다리 길이까지 맞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수술 후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선천성고관절탈구는 골반을 통해 전달되는 체중을 지탱하고, 걷고 뛰는 등의 다리 운동을 가능하도록 하는 고관절이 골반에서 빠져 있는 질환이다. 선천성고관절탈구 환자는 다리가 짧아지고 근력이 약해지며 다리를 절게 된다. 또 이로 인해 몸통이 틀어지면서 척추측만증과 요통이 발생하는 등 다른 관절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성장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선천성고관절탈구는 유전적 원인과 환경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중에 고관절탈구가 있는 경우, 자궁 안에서 거꾸로 위치해 있었던 아기, 다리를 펴고 안으로 모으는 차렷 자세로 기르는 습관이 있는 사회에서 발병률이 높다.
선천성고관절탈구 환자가 치료 없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는 드물다. 6개월 이전 신생아의 경우 보조기구를 통한 치료도 가능하지만 보행기 이후에는 대부분 탈구된 부위를 직접 맞추는 수술이 요구되므로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관절탈구를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무릎 높이와 다리 길이가 같은지 확인하는 것이다. 또 고관절이 탈구된 쪽의 가랑이 피부주름은 깊고 뒤쪽으로 길게 연장돼 있기 때문에 허벅지 양측 피부 주름이 같은지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이외에도 다리가 잘 벌어지지 않거나 다리를 저는 증상을 보이는 경우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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