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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막는 키워드 '개인정보보호-금산분리', 사회적 합의 필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0 15:43

수정 2015.01.20 15:43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려했던 직장인 A씨(26)는 계속 되는 본인인증 요구에 결제를 포기했다. 회원가입 절차부터 키보드 보안프로그램과 각종 보안프로그램 설치, 휴대폰 본인인증을 받는데 6번 이상의 클릭을 해야했고, 휴대폰과 컴퓨터를 번갈아 오가며 복잡한 절차를 따라갔다. 결제 과정에선 안심번호서비스를 위해 개인정보 취급 위탁에 동의를 눌러야 했다. 답답한 마음에 쇼핑몰에서 선보인 간편결제 버전을 이용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마지막 과정에 본인인증을 요구하자 A씨는 결제하려는 마음을 접었다. 이같은 본인인증은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서비스업체가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과 금융권의 각종 보안규정에 따른 것이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이 결합된 핀테크(Fin-tech)를 가로막는 핵심 키워드로 개인정보보호와 금산분리 원칙이 매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액티브 엑스 폐기 등 규제완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개별 규제를 없애는 대신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라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간편결제가 도입되고 있지만 기업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 원칙에 따라 간편결제 과정에 추가적인 본인인증 절차가 추가됐다. 금산분 틀 아래에선 은행법과 공정거래법 등 다양한 규제 법안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또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이슈 모두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야기하면서 개정됐던 만큼 추후 핀테크 규제 논의과정에서 각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개인정보 파기→절차만 생성

2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관계자들은 국내 핀테크 산업의 주요 규제로 △비대면 본인인증 금지 △엄격한 금산분리 △개인정보 보유 금지 등을 꼽는다. 이 가운데 주민등록번호 수집 등을 금지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은 선결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기업들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동의없이 수집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아울러 서비스 업체들은 개인의 동의 아래 수집한 개인정보는 관련 서비스가 처리됐을 경우 지체없이 개인정보를 파기해야 하고 복구 및 재생되지 않도록 조치해야한다.

이러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번거로운 본인인증 절차가 사라지지 않아, 간편결제는 불편결제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해외 온라인쇼핑몰의 경우 한번 클릭으로 결제를 처리하는 것과 극히 대비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온라인을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못하게 돼있어 결제할 때마다 본인인증을 해야 한다"며 "매번 입력하는 방식으로는 간편함을 추구할 수가 없다. 인식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우리나라 규제 중에 개인정보보호법은 심각한 수준으로 형벌의 과잉"이라며 "보다 효과적인 소비를 위해 자신들의 개인정보를 내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무조건 개인정보 이용에 있어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불법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동의없이 마케팅을 할 수 없다는 개인정보보호법으로 핀테크의 단초가 될 모바일 광고 등에서 경제 불평등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구 변호사는 "핀테크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의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을 낮춰 중소업체들의 마케팅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핀테크도 기업과 소비자 모델(B2C)인 만큼 과도한 개인정보보호로는 대기업들의 벽을 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과거 신용카드사들의 고객정보 유출 등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던 만큼 보다 신중한 논의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금산분리 논쟁 '화약고'

온라인으로 은행 관련 업무를 하는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을 놓고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의 4% 이하만 소유할 있는 은행업법 외에도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 금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등 다양한 법들이 얽혀있어 금산분리 논쟁은 언제나 시한폭탄이란 평가다.

은행 설립에 1000억원, 지방은행은 500억원 규모의 최소자본금이 요구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은 진입 장벽을 어느 수준으로 조정할지도 문제다. 과거 논의과정에서 500억원 수준으로 자본금이 요구된 적이 있다.


대기업 재벌의 은행 사금고화를 우려해 강화됐던 금산분리 원칙이 인터넷 은행 설립과 맞물려 일부 예외 적용 또는 특별법으로 완화되려는 시도가 있을 경우 논란의 강도는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영환 건국대 교수는 "금산분리 원칙 아래 다양한 법이 퍼져있어 특별법으로 만들겠지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현재의 금산분리로 국내 금융시장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결국 손해보는 것은 우리나라 은행산업"이라며 "하루 빨리 금산분리 원칙을 어떻게 풀 것인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인터넷 은행 활성화로 산업을 부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개인정보보호법을 비롯해 금산분리 논쟁 등을 모두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대안 마련을 위해 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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