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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칼럼] '100% 대한민국'이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0 17:00

수정 2015.01.20 17:00

[노동일 칼럼] '100% 대한민국'이 필요하다

"한쪽 말만 들으면 간사한 일이 생기고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 혼란이 일어난다." 중국 양나라 효왕 시절 왕의 미움을 받아 처형을 앞둔 추양이 올린 상소문의 한 구절이다. '사기'의 저자인 사마천은 추양을 높이 평가해 '노중련·추양열전' 편에서 그를 특별히 소개하고 있다. 추양은 상소문에서 부국강병을 원하는 군주가 선택해야 할 '인사 전략'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옛날 이야기지만 오늘날의 인사 지침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추양의 상소문에서는 현 정국 상황과 대비되는 몇 가지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 암투는 인간의 속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추양은 말한다. "여자는 예쁘든 못생겼든 일단 궁중에 들어가면 질투를 받게 마련입니다. 선비는 어질든 어리석든 일단 조정에 들어가면 시기를 사게 마련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청와대 인사문제였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 이전에도 인사문제는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총리와 장관의 잇따른 낙마 등 오래된(?) 문제는 논외로 하자. 청와대와 내각을 떠난 지 얼마되지 않은 인사들끼리 서로 치고받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심지어 현직 민정수석이 국회 출석을 거부하며 국민이 지켜보는 청문회를 앞두고 사표를 던지는 일이 생겼다.

평범한 국민의 눈에도 권력 내부의 힘겨루기가 혼란의 원인임을 알 수 있다. 권력 근처에 가면 시기를 사게 되고 그래서 이를 적절히 제어할 수 있는 인사전략이 필요하다는 추양의 충고가 생각나는 상황이다. '한 사람'이라는 말은 단순한 숫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한 사람 혹은 몇몇 측근에 의존하는 단선정치는 필연적으로 혼란을 낳는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사사로운 인연으로 얽힌 권력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진나라는 서쪽 오랑캐 사람인 유여(由餘)를 등용해 중국을 제패했고 제나라는 월나라 사람인 몽(蒙)을 중용해 위왕(威王)과 선왕(宣王)의 시대에 크게 위세를 떨쳤습니다. 그러므로 뜻이 맞으면 호(胡)와 같은 오랑캐나 월(越)나라처럼 먼 곳의 사람도 형제처럼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추양의 말이다.

국정혼선의 중심에는 오래 전부터 일해 온 측근 혹은 지연·학연 등으로 맺어진 사람들이 있다. 형님·아우, 선배·후배로 맺어진 인연이 나쁠 건 없다. 한 사람의 국회의원 정도라면 문제 될 일도 아니다. 하지만 국정운영을 책임진 대통령 권력 주변이 주로 특정지역 출신들로 채워지는 것은 문제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능력 위주로 발탁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현직 시절 비슷한 말을 한 바 있다. 이런 인식은 더 큰 문제를 내포한다. 지금까지 중용된 지역 이외의 다른 지역에는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만한 인재가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탕평인사를 한다면 능력보다 지역을 우선하는 인사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발탁되지 못한 인사들이나 앞으로 발탁될 인사들에게도 오히려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다.

정치도 권력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쉽지만 그래서 더욱 어렵다.
난마처럼 얽힌 현재의 혼선을 한 번에 정리하는 인사도 쉽지 않다. 하지만 측근 혹은 동향 사람에서 벗어나 오랑캐나 먼 곳의 사람도 형제처럼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있다.
'100% 대한민국'을 외쳤던 박근혜 대선 후보의 뜻을 되살리는 것이 그것이다.

노동일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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