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요우커에 밀린 국내 쇼핑객 '부글부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2 17:09

수정 2015.01.22 22:20

1회 관광에 5000만원 소비, 'VIP요우커' 마케팅에 주력
백화점 내국인 역차별 현상 주변 교통환경 개선도 시급

#. 최근 결혼을 앞두고 예비 신랑과 함께 서울 시내 A백화점을 찾은 박소희씨(가명)는 고객 중에도 '갑'이 따로 있다고 느꼈다. 바로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다. 의류매장, 화장품 매장 가릴 것 없이 백화점 직원들은 중국 말이 들리면 상품 설명을 하다가도 박씨를 외면했다. 박씨는 "직원들이 순서를 무시하고 요우커에 먼저 판매하느라 30분을 기다려야 했다"면서 "돈 잘쓰는 중국인 모시기로 국내 고객은 찬밥 신세가 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내 유통업계가 큰손인 요우커잡기에 적극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국내 쇼핑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2일 유통.관광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00만명이 넘는 중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특히 대만 64만명, 홍콩 55만명 등 중화권 관광객은 총 741만명으로 전체1400만명의 절반을 넘어선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 1회 쇼핑 금액이 다른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에 비해 월등하다. 2013년 기준 중국인의 1회 방문 총 지출비용은 2271달러로 전체 외국인 평균(1648달러)보다 37.8% 이상 높다.

일부 VIP 중국인의 쇼핑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외국인 관광전문여행사인 코스모진에 따르면 지난해 VIP 관광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인(596명) 10명 중 약 9명(87%)은 쇼핑 금액이 5000만원 이상이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기준 중국인 매출 비중이 16.5%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백화점들은 요우커를 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이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중국의 파워블로거인 한 쌍둥이 자매를 초대해 잠실 롯데월드몰과 프리미엄 파주 아웃렛을 소개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시내 특급 호텔과 연계한 리무진 픽업서비스를, 갤러리아 백화점은 글로벌 VIP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다.

직장인 김성규씨(가명)는 "최근 들어 중국인만을 위한 할인 행사나 이벤트 등이 늘고 있다"며 "주말이면 명동 일대가 중국인 관광객으로 걷기도 힘들 정도로 교통지옥이 되는데 유통업체들이 주변 환경 개선에도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내국인 고객이 적은 평일, 국경절 등 중국인 관광객이 집중되는 특정 시기,특정 점포에 한해 요우커 마케팅을 하고 있다"면서 "주요 고객인 내국인 마케팅에 더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병준 한국국제경영학회장(경희대 교수)은 "서비스 용량 제한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상대적인 불편을 겪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유통 기업 입장에서도 탄력적 운용을 통해 내수 고객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용구 한국유통학회장은 "내국인 역차별,애국심 등 감성적 차원의 접근보다 성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중국인 관광객 공략을 위해 이제는 중국인 관광객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3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국인의 한국 관광 만족도는 최하위 수준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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