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위치정보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규제 실효성과 신산업 육성을 위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개인의 신상정보와 위치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장치는 필요하지만, 사물인터넷(IoT)과 온라인-오프라인 연계서비스(O2O) 등을 비롯한 새로운 시장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줘선 안되기 때문이다.
앞서 A씨의 사례만 봐도 위치정보보호법 제 19조에 따라 위치기반서비스 사업자인 앱서비스 사업자 및 모바일광고 플랫폼 사업자는 개인위치정보를 이용하려 할 때 이용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서 반복되는 동의메시지는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규제 줄이면 시장 성장율↑
28일 학계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과 달리 독립적인 위치정보법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위치정보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통신자 외에도 앱 운영 기업 등 위치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모든 기업을 규율한다. 이에 따라 외국과 달리 국내 위치정보사업자는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용약관도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위치정보 제공 내역도 매회 즉시 통보해야고 하고 법을 위반할 경우 우리나라는 형사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같은 규제 속에 위치기반서비스(LBS) 규제를 줄이면 해당 시장 성장률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인터넷정보학회에 게재된 'LBS의 규제와 시장 활성화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각 규제항목과 LBS 시장성장 간 관계를 수식으로 분석한 결과, LBS 규제를 10% 포인트 줄이면 LBS 시장성장률이 0.17% 상승했다. 규제 가중치는 벌칙과 과태료, 시장진입과 사업활동 규제 정도에 따라 다르게 적용했다.
특히 위치기반서비스 사업을 양도·양수 또는 합병·분할할 때 인가 받아야 하는 규정, 형사처벌, 지도의 국외 반출 등 사생활(프라이버시)과 무관한 규제항목을 완화할 경우 같은 조건에서 LBS 시장 성장율은 0.24~0.30%로 나타났다. 논란의 소지가 적은 규제를 완화해도 시장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와 앱의 다양화로 위치기반서비스는 더욱 확대될 것이고 개인위치정보 침해 관련 이슈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이미 개정된 위치정보보호법 외에도 LBS 시장에 보다 많은 사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프라이버시와 무관한 규제항목 검토 및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흥책 찾아볼 때
관련 시장의 성장세가 도드라지면서 위치정보보호법에 포함된 산업 보호 외에도 이용을 촉진시키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기주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위치정보의 이용 촉진과 진흥 임무도 있기에 차후에 위치정보산업에 대한 진흥계획을 방통위가 수립해야 한다"며 "관련 업을 하고싶어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현행제도를 알리고 활성화 연구도 하는 '위치정보 서비스 사업자' 협회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방통위는 위치정보사업자나 위치기반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실태 조사를 추진한 뒤 본격적인 진흥책을 검토할 계획이다.
그러나 법령 정비부터 호소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스마트홈과 스마트카 등 IoT 산업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O2O 사업 등은 기본적으로 위치추적을 해야 하는 서비스라 자칫 위치정보보호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이중으로 규제를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O2O와 같이 이제 성장하려는 산업의 경우 규제도 뚜렷치 않아 근거없는 우려도 있지만 미리 법령을 정비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대응은 새롭게 떠오르는 신산업들을 육성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