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6개월 넘게 하락하는 동안 찔끔찔끔 인하… 반등 기미 보이자 재빠르게 올려"
국제유가 둔화 속에 7개월간 내림세를 이어갔던 휘발유 가격이 반등하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석유 소비자가격은 국제유가에 연동하는 구조이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분위기는 "내릴 때는 '2G급', 올릴 때는 'LTE급'"이라는 원성들이 나오고 있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전국 1만2000여곳의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L당 1415.69원으로 전날보다 0.15원 올랐다.
주유소 휘발유가격은 국제유가 하락세가 본격화된 지난해 7월 4일 이후 214일 연속 하락하다 지난 6일(L당 1409.82원)부터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후 휘발유 가격은 이날까지 6일 연속 소폭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최근 6일간 상승폭은 L당 6원 수준에 불과해 소비자가격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L당 1300원선 진입을 눈앞에 두고 휘발유 가격이 반등하면서 소비자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더욱이 정유사들이 국제유가가 진정세를 보인 지난달 말부터 3주 연속 휘발유 공급가를 올리면서 불씨를 지폈다.
정유사들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가격을 지난달 마지막주 L당 11원, 지난주 3원에 이어 이번주에 70원 정도 올렸다.
이에 따라 SK에너지의 이번주 휘발유 공급가는 전주 대비 72원 오른 1508원, GS칼텍스는 71원 오른 1503원으로 인상됐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번주 공급가를 인상했다. 이 때문에 주유소 소비자가격도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운전자 정모씨는 "국제유가가 6개월 새 반토막 났는데도 주유소 가격은 '찔끔찔끔' 내리더니 올릴 때는 순식간"이라며 "정유사들이 유가 하락기에는 원유 구매에서 판매까지 2~3개월의 시차가 있어 즉각 반영이 어렵다더니 유가가 반등하자 마음대로 가격을 인상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작 정유사들은 소비자들의 이런 반응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휘발유 공급가격이 전주 국제가격에 연동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지난주 휘발유 제품가격은 평균 63.09달러로 전주보다 9.72달러 올랐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휘발유 등 석유류 공급가격은 철저하게 전주 싱가포르 평균 국제가격에 연동되는데 통상 국제가격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다"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유가 하락폭에 비해 소비자가격이 떨어지지 않다 보니 불만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름값의 60%를 차지하는 과도한 유류세가 소비자 불만의 근본 이유라는 지적도 있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현재 L당 1400원 초반인 휘발유 소비자가격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세, 관세 등 각종 명목의 세금이 60% 이상"이라며 "유류세를 내리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유가와 소비자가격 간 괴리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주 휘발유 소비자가격을 분석해보면 L당 1412원 가운데 세금이 874.3원으로 61.9%의 비중을 차지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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