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이달들어 2.77% 올라… 통화가치 하락속도 아시아국가 중 최고
이달 들어 원화절하(가치 하락) 속도가 아시아 주요 국가 중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달러강세 기조가 거세지면서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0.1원 내린 1126.4원에 마감하며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날까지 최근 3거래일간 원.달러 환율은 27.8원 상승했다. 3월 초 1096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10여일 만에 2.77% 올랐다.
다른 아시아 국가 통화보다 절하 속도가 빠르다. 이 기간 일본(1.82%), 말레이시아(2.07%), 싱가포르(1.66%), 인도네시아(0.97%), 태국(0.93%), 대만(0.75%) 통화는 원화보다 덜 올랐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전 세계적 달러강세 기조 때문이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 호조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오는 6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가치는 빠르게 오르고 있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일 기준 98.618로, 지난 2003년 9월 이후 1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유로화와 엔화 약세도 강달러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은 새로운 재료는 아니다. 강달러는 지난해부터 계속됐지만 그동안 원화는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하 폭이 크지 않았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했을 때 달러 대비 엔화는 12.65%,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12.96%, 싱가포르달러는 8.90% 각각 절하됐으나 원화 절하 폭은 7.19% 수준이었다.
그러나 3월 들어서는 다른 통화보다 원화가 더 빠른 속도로 절하되고 있다. 연초 실물경기지표가 부진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단행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며칠간의 원화 약세는 통화당국이 금리인하나 추가 유동성 공급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인하한 직후 원·달러 환율은 1136.4원까지 급등했다가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을 반납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금리인하가 단행됐지만 금융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달러와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2·4분기 1126원, 3·4분기 1132원, 4·4분기 1137원으로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에는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자금유출로 금융시장에 위기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한국은 펀더멘털이 많이 개선돼 달러강세에 따른 자금유출 등 1차적 영향은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인도와 태국, 필리핀 등 신흥국이 충격을 받으면 2차적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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