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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명퇴한 어느 자영업자의 고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29 17:42

수정 2015.03.30 16:22

"나는 한국의 자영업자입니다"

퇴직금에 대출 끼고 연 치킨집, 月수익 겨우 200만원
다른 식당서 아내가 번 돈은 고스란히 배달 알바비로


50대에 명퇴한 어느 자영업자의 고백

'자영업.' 이 단어를 포털 사이트에서 찾으면 바로 뜨는 단어가 '자영업 폐업'입니다. 저 같은 자영업자들이 하루에도 수 십번씩 포털 사이트에서 폐업과 생존에 대해 검색하다보니 그렇겠죠.

자영업의 뜻, 참 듣기 좋습니다.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고, 내 시간 내가 내는데 뭐랄 사람도 없고 '자영업=자유업'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변호사나 의사와 같은 고소득 자영업자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각설하고 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50대 초반 직장에서 명퇴(명예퇴직) 했습니다. 말이 명퇴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다니던 직장이 어려워지면서 쫓겨난 셈입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니, 생계가 막막하더군요. 받은 퇴직금으로 대출금을 갚고나니 남은 돈은 2000만원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아직 살아갈 날은 창창하고, 대학 공부와 결혼 등 자식들 뒷바라지는 남아있고, 그래서 택한 것이 집 근처에 치킨집을 창업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부족한 돈은 은행에서 빌렸죠.

저와 같은 분들이 태반이더군요. 신문에서 보니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93.1%가 본인이 마련한 목돈과 대출을 끼고 시작하더군요. 그러다보니 초기 자본 규모는 74.5%가 고작 5000만원 이하구요. 다들 노후를 위해 퇴직금에 대출 끼고 동네에 구멍가게 하나 냈다는 게 공통점인 셈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딱 1년 닭을 튀겨보니 창업이 실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년간 뼈 빠지게 일했지만 치킨집에서 번 돈은 월평균 203만4155원(통계청 자료)이 고작이었습니다. 직장에 다닐 땐 매달 400만원을 넘게 벌었는데 시간을 더 투자하고 돈은 절반가량 번 것이죠. 웃음만 납니다.

집사람도 처음엔 같이 했지만 돈벌이가 시원치 않아 남의 식당에서 서빙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매달 버는 돈이 77만3899원(통계청 자료)입니다. 이 돈은 제 치킨집 '알바생' 인건비로 고스란히 나갑니다.

이 같은 상황이 어디 저 뿐이겠습니까. 2013년 한 해만해도 저 같은 자영업체가 490만개 생겼다죠. 그나마 전년보다 3만개 줄어든 숫자랍니다. 게다가 2012년에는 1년 동안 70만2000개의 자영업자가 망했다고 하네요.

야망을 갖고 창업했지만 1년을 버티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전체의 25~35%에 달하고, 3년이 지나면 69~76%는 다 망한다고 하니 우울할 따름입니다. 저도 3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두렵습니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경쟁이 치열해 자영업으로 먹고살기가 어렵고 반대로 망하기는 쉽다는 거죠. 더구나 신문을 보면 자영업을 시작한 동기는 '생계유지를 위해 또는 다른 대안이 없어서'가 82.6%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직장에서 골목으로 내몰렸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 하니 한 달에 200만원 정도라도 꾸준히 벌 수 있으면 정말 다행일 것 같네요. 돈을 쓰기만 하고 모으지는 못하니 당장 자식 대학 학자금 등 목돈이 들어갈 일이 생기면, 어떻게 감당할지도 걱정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열악한데도 왜 자영업을 하냐구요? 모르는 말씀. 고용률은 58.8%, 체감실업률 12.5%, 최저임금 5580원. 이게 현실입니다.
직장이 없는 50대 가장에게 이보다 나은 선택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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