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동' 한국 정유 수출국에서 이젠 경쟁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30 17:04

수정 2015.03.30 21:42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 원유만으로는 수익 한계 정제 시설 규모 확충
한국 작년 정제 시설 규모 처음으로 사우디에 밀려 국내 정유사 수출에 타격


'중동' 한국 정유 수출국에서 이젠 경쟁국

한때 한국 석유 산업의 전략적 수출지였던 중동 국가들이 속속 정제 시설을 확대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수출전선이 위협받고 있다. 정제 능력 규모면에서 한국을 뛰어넘은 중동 국가도 나오는 시점에 이르렀다. 더이상 한국의 수출 대상국이 아니라 강력한 수출 경쟁자로 등극한 중동의 맹공에 한국 정유사들 수출 행보는 더욱 힘겨운 상황이 됐다.

30일 대한석유협회가 BP의 세계 에너지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제 설비 능력은 처음으로 한국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람코의 10만배럴, 아람코-시네펙의 40만배럴 규모 정제 시설을 완공시켜 총 302만2000배럴(하루 처리 기준.이하 동일)의 석유 정제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됐다.

이로써 2011년이후 280만배럴대 수준을 유지해온 한국의 석유 정제 시설 규모는 사우디아라비아에게도 밀려 세계 7위로 내려앉았다.

정제 시설 세계 순위를 보면 2013년 미국(1781만배럴), 중국(1259만배럴), 러시아(602만배럴), 인도(431만배럴), 일본(412만배럴), 한국(288만배럴), 사우디아라비아(252만배럴) 순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이중 6위 한국과 7위 사우디아라비아가 자리바꿈을 한 셈이다.

중동지역 전체로 보면 사우디,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순으로 정제시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중 이란과 이라크는 각각 197만배럴, 112만배럴 정제능력을 갖춘 상태다. 중동 지역 전체 정제설비능력은 2010년 800만배럴을 돌파한뒤 계속 늘어 지난해 처음으로 900만배럴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같은 중동 국가들의 석유 정제 설비 확대는 원유 공급만으로 수익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제 목적은 국가별 다소 차이도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직접 수출, 쿠웨이트의 경우 내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전문기관들 분석이다.

향후 이들 국가의 증설 계획은 더욱 맹렬한 수준이어서 국내 정유사들 수출 입지는 더욱 약화될 수 있는 우려도 나온다. 쿠웨이트의 경우 내수 소비 증가에 대비해 61만5000배럴 규모의 시설 확충에 돌입, 오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라크는 정부차원에서 총 50만배럴의 시설 확대를 추진중이고, 이란은 국영석유회사가 현재 12만배럴 규모로 설비 공사에 착수했다. 카타르의 경우 카타르석유화학이 25만배럴, 카타르가스가 14만6000배럴 규모 설비를 진행중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중동 석유기업들은 지리적 이점, 원유 수급능력 등에서 절대 우위를 갖고 있다"며 "향후 아시아역내시장에서 가격경쟁을 시도할 경우 국내 정유사들 수출경쟁력은 근간을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정유 4사의 해외수출중 아시아비중은 90%에 육박하는 만큼, 아시아시장서 산유국과 경쟁을 치를 경우 상당한 고전이 예상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 규모는 지난해 526억달러로, 수출 시장 점유율은 1%대 후반인 것으로 추정됐다.
더욱이 점유율 2%대가 무너진 것은 3년만인 것으로 분석됐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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