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시너지 효과 극대화하려면
핀테크 관련 IT사 인수땐 비금융사 제한 규제 걸려 금융위원장 허가 받아야 美·日 등 편입 허용 준비
복합점포서 상품판매로 소비자 편리성 높여야
여기엔 금융지주사들의 시너지 제고에 걸림돌이 되는 제약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자산관리, 기업금융 등에 기능적 조직체계를 도입하긴 했으나 아직까지 그 활용이 미미하며 고객 정보공유 등의 제약이 일부 존재해 기능적 조직체계 활용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금융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지주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 내 자회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결국 금융지주사들 스스로의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 밑바탕엔 금융당국의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복합금융서비스? 정보공유 기본
현재 국내 금융지주사에 가장 필요한 규제 완화는 계열사 간 영업을 위한 고객 정보 공유다.
하지만 금융권은 지난해 카드사들의 고객 정보 유출 이후 여론과 당국의 눈치를 살피면서 누구도 선뜻 규제 완화를 주장하지 못했다.
그러나 금융지주사들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이견은 없다. 카드, 보험, 은행들이 고객 정보 공유를 통해 마케팅, 영업 등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은행고객 중 거래 패턴이나 고객이 관심있는 분야 등을 파악해 계열 보험사에 넘겨 마케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금지돼 있다.
금융권에선 영업활동을 위한 고객정보 공유는 풀어주고, 대신 고객 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은 법적으로 지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가야 하는데 바다는 위험하다고 아예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항변했다.
또 다른 지주 관계자는 "금융그룹 차원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는 고객들의 정보를 분석, 복합금융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그룹의 수익을 제고한다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 확보를 위한 금융지주사들 간의 상품가격 및 서비스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결국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라고 말했다.
■핀테크 기업 출자 허용책 나와야
또 다른 문제는 핀테크 시장에 있다. 금융회사가 핀테크의 주역이 되길 바란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지만, 정작 금융사가 정보기술(IT) 업체 등 핀테크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데는 이렇다할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지주사 한 관계자는 "핀테크 시장을 주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비금융사를 인수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아 시도조차 할 의지가 안생긴다"고 전했다.
현행 금융사를 포함한 금융지주사가 IT업체와 같은 비금융사를 자회사로 두기 위해선 금융당국에 금융권과의 연관성을 증명해야 한다.
은행은 은행법에 따라 비금융사에 대한 지분을 최대 20%까지만,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제약으로 최대 25%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고 초과되면 금융위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 대형 카드사가 콜센터를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하는 데 있어, 고객콜센터가 금융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는 당국의 유권해석을 받아내기까지 상당히 많은 비용과 공을 들여야 했던 것만 보더라도 업계 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금융업의 성장력 강화를 위해 핀테크 기업 출자 관련 규제 완화에 적극적인 해외 시장 분위기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 일본금융청은 최근 IT와 금융의 융합시대에 맞춰 핀테크 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은행금융그룹이 전자상거래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결제서비스 등을 금융지주 산하의 사업회사로 편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씨티그룹과 JP모간, 체이스 등은 벤처기업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금융과 관련된 IT 사업회사를 산하에 두고 핀테크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과 고객 서비스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핀테크기업 인수와 관련해 심도있게 고민하고 있고, 관련된 방안에 대한 발표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복합점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은행과 증권 상품으로 판매 범위가 한정된 복합점포는 결국 금융소비자들의 편리성을 제한시킨다는 얘기다.
■"금융지주사, 겸업의 대표선수로 거듭나야"
아울러 저금리·저성장 시대 은행업에만 치우친 금융그룹의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선 금융지주가 겸업의 대표선수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자봉 박사는 "씨티그룹 혹은 골드만삭스와 같은 금융그룹은 소속 자회사가 글로벌 금융계약에 참여할 경우 자회사의 이름이 아닌 금융지주사의 이름과 계산으로 참여한다"면서 "반면 우리나라 금융지주사들은 자회사의 이름으로만 참여해야 한다는 제한 때문에 자산규모나 유동성 조달 능력이 중요시되는 글로벌 계약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금융그룹의 겸업 및 겸영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선 금융지주회사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를 위해 김 박사는 국내에서만 매우 특수하게 제한돼 있는 금융지주사의 '사업지주금지'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글로벌 금융그룹들이 경쟁하는 계약에서 금융지주사는 높은 활용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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