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1·⑦) 국민은 빠진 '그들만의 정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07 17:08

수정 2015.04.07 17:08

1부. '정치 혐오증' 트라우마를 깨라 <7> 감시-견제 막는 국회의 폐쇄성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1·⑦) 국민은 빠진 '그들만의 정치'

#1. 지난 2월 25일 오전 9시16분 국회 본청 제5회의장에서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 상정된 안건은 총 16명의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안이다. 회의 개의 2분 만에 기자, 국회 사무처 직원, 보좌관들이 회의장에서 퇴장됐다. 국회법에 따라 진행된 비공개 회의는 13분 만에 종료됐다. 김성태, 조명철, 박영선, 김진태, 오영식, 심재철, 김현, 이장우, 양승조, 장하나, 홍문종, 설훈, 하태경 의원(김현, 김진태 의원은 중복)에 대한 징계안 논의 내용은 기록되지 못했다.


#2.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지난해 11월 시민들을 대상으로 소위원회 방청단을 모집했다. 학생, 직장인 등 모집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소위원회 방청을 거절당한 것이다. 이유는 보좌관이나 공무원들이 앉을 자리를 제외하면 방청단이 자리할 공간이 없다는 것. 덧붙여 소위원회는 '원래' 방청이 불가하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하지만 국회법 제57조에는 소위원회의 경우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1·⑦) 국민은 빠진 '그들만의 정치'

국회의 '폐쇄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민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다양한 목소리를 입법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필수적임에도 점점 '짬짜미 국회'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국회에 대한 내외부 감시활동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내부 자정 기능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이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외부 감시도 정보에 대한 낮은 접근성을 비롯해 인력과 평가방법 부족 등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 불균형' 해소를 통한 '투명성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들이 '그들만의 정치'를 펼치면서 감시를 위한 근본적인 정보 공개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자정 능력 상실한 국회

국회 내부통제 조직은 1991년 설치된 윤리특위가 유일하다. 하지만 윤리특위의 자정능력에 대해서는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한다. 기록되지 않고 있는 의원 징계안 논의내용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들만의 회의'에서 나오는 결과 역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13대 국회 때부터 16대까지 윤리특위가 의원들의 징계를 결정한 사례가 없다. 17대 국회에서는 37건의 징계안 가운데 27건이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18대 국회의 경우 54건의 징계안 중 1건만 가결됐다. 7일 현재 35건의 징계안이 계류 중이다. 19대 국회에서 단 한 차례도 징계안이 가결된 적이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윤리특위에는 4종류의 징계만 있기 때문에 사안별 양정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의원 임기가 만료되면 자연스럽게 폐지되기 때문에 실제 징계를 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무엇보다 의원들이 동료 의원의 징계를 심사하기 때문에 공정한 심사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공천 파문' 역시 국회의원이 민의를 대변하기보다 자신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앙당이 전권을 휘두르고 있는 공천권에 의원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의정활동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회의원들이 유권자의 눈치가 아닌 당내 권력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 속에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공천 문제의 핵심은 계파라는 지적이 중론이다. 여야 모두 선거를 앞두고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심사를 외치며 민간 출신 인사를 참여시켜 독립된 공천심사기구를 발족하지만 실제 공천권을 행사하는 곳은 당내 계파에서 목소리가 큰 몇몇 인사로 구성된 이너서클이라는 얘기다. '밀실 공천'으로 비판받고 있는 전략공천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산 넘어 산' 외부감시

시민들의 외부감시도 '정보 불균형' '접근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여전히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의정활동에 대한 인색한 정보 공개는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감시운동인 메니페스토에서도 이 같은 문제는 그대로 나타난다. 메니페스토는 선거에서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고 당선 후에도 공약을 지켜나가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은 시민운동이다. 올해로 국내 도입 10년째이지만 여전히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이광재 메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백명이 한 명의 도둑을 지키지 못하는 것처럼 건강한 감시가 되려면 국회의원이 정보를 오픈해야 한다"며 "하지만 메니페스토 관계법만 봐도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포함돼 있지만 국회의원만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18대 국회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진통 끝에 적용 대상에서 의원을 제외하고 나서야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의정감시 활동단체도 절대 부족하다. 또 대부분 시민단체 위주로 인력이나 평가방법 등에 많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참여연대 이지현 의정감시센터 팀장은 "감시기관이 매우 부족하다. 항상 감시활동을 하는 곳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감시활동을 한다고 해도 전분야를 모두 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참여연대만 해도 그나마 폭넓은 영역을 다루고 있다지만 여성, 교육 등의 분야는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인력은 팀장과 간사 1명이 전부다.

■의정활동 투명성 제고가 관건

전문가들은 감시.견제를 받고 있지 않는 국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입법 및 정책 결정 등의 의정활동과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천심사 과정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국회가 더욱 개방화로 간다면 국민들이 감시와 관심을 기울일 포인트가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상임위원회의 결과로 사후 입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 책임 소재를 따지기 위해서라도 의정활동 비공개 사안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팀장은 "국회 상임위 회의록이 공개되고 있지만 의원들에게 확인받은 후 공개되면서 실제 현장에서 있었던 상황이 그대로 공개되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회 활동을 외부에서 들여다보기에는 여전히 담이 높다"고 지적했다.

의정활동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인물이 아닌 정책으로 국회의원을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높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주요 선진국 국회의원들은 향후 입법.정책, 정부예산 감시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긴 의정활동계획서를 유권자들에게 공개하고 정치활동을 한다"며 "유권자들은 이 같은 의정활동계획서를 보고 투표권을 행사하거나 향후 자신들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계획대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를 제대로 감시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보도행태 역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야 간 정쟁 등 정치적 이슈보다는 정책적 사안에 초점을 맞춘 언론보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정지화된 사건에 대해 사후 보도가 많고 일상적인 국회 활동에 대한 보도는 찾기 어렵다"며 "언론이 입법이나 정책활동이 정치화되기 이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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