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유사, 흑자전환에도 '근심' 가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08 17:07

수정 2015.04.08 17:07

SK이노베이션 등 빅3 "유가반등에 일시적 개선"
이란산 원유 수출 확대 등 2분기 이후 악재 도사려

정유사, 흑자전환에도 '근심' 가득

지난 해 유가 급락의 직격탄으로 적자경영에 빠졌던 정유사들이 올 1·4분기 '동반 흑자전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지만 정유사들은 웃지 못하고 있다. 1·4분기 실적개선이 유가 반등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 크다는 것이다. 산유국인 중국과 중동이 대규모 정유시설 증설에 나선 데다 핵협상 타결로 7월 이후 이란산 원유 수출까지 확대되는 등 공급과잉으로 하반기 국제유가 흐름이 '시계제로'에 빠진 것도 근심거리다.

■정유사 '일단 한숨 돌렸는데….'

8일 정유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일제히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정유 '빅3'인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이 올 1·4분기 부진을 털고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 1·4분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1400억원, 830억원, 152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전분기였던 작년 4·4분기에 SK이노베이션은 4630억원, GS칼텍스은 4523억원, 에쓰오일은 21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연간 실적도 적자 수렁에 빠진 바 있다.

지난 해 적자경영의 진원지인 4·4분기 최악의 상황에서 1분기만에 탈출했다는 점에서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유사들은 작년 유가급락의 폭탄을 맞으면서 임금동결, 성과급 미지급, 가동률 축소, 경상비 절감 등 비상경영의 고삐를 바짝 조이기도 했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1·4분기 잠정 실적을 집계중인데 일단 흑자전환한 것은 틀림없다"며 "작년 4·4분기와 비교하면 지옥에서 빠져나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여전히 침체…2분기 이후 안갯속

정유사들이 1분기만에 동반 흑자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유가 반등 덕분이다. 현대오일뱅크를 포함한 정유 4사는 지난 해 4·4분기 두바이유 기준 유가가 배럴당 93달러에서 53달러선까지 폭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 규모만 2조원에 육박하는 참담한 상황을 지켜봤다. '37년만의 적자 전환'이라는 충격에 빠졌던 SK이노베이션은 지난 해 전체 적자액이 2241억원인데 4·4분기 재고평가손실만 7100억원에 달했다.

다행히 지난 1월 중순 배럴당 40달러 초반까지 추락하던 유가가 진정되면서 정유사들은 막대한 재고평가 손실에서는 벗어났다. 여기다 유가 반등으로 작년 3·4분기 2달러대까지 떨어졌던 복합정제마진이 지난 달 8달러대까지 상승했다. 정제마진은 원유와 정제 후 석유제품 가격간 차이로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손익분기점(BEP)으로 보고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1·4분기 실적개선은 유가가 90달러대에서 50달러대로 폭락하면서 비축유의 재고평가손실과 정제마진이 최악이었던 작년 4·4분기 특수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1·4분기는 유가 변동 요인에 따른 일시적 실적개선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4분기 이후 정유사에 영향을 미칠 악재도 도사리고 있다. 이미 이달 들어 정제마진이 배럴당 5달러 선으로 축소됐고, 국내 수입량이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5월 인도분 아시아원유판매가(OSP)를 배럴당 0.3달러 올린 상황이다.
원유만 팔던 중동과 중국이 정유시설을 꾸준히 증설하면서 석유제품 수출국으로 떠오른 것도 국내 정유사들에게는 부담 요인이다.

게다가, 주요 6개국과의 핵협상 타결로 오는 7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출량이 2배로 확대될 경우 추가 유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유사 관계자는 "이란까지 원유 공급량을 늘리면 유가가 하반기 배럴당 30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들도 나온다"며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공급우위의 업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가가 또 떨어지면 암담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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