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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근로시간 단축, 밀어붙일 일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16 17:24

수정 2015.04.16 17:24

연 12조 인건비 부담 우려.. 노동개혁과 연계 추진해야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법정근로시간을 현행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현재 법정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씩 주당 40시간이 원칙이다. 여기에 연장근로 12시간과 휴일근로 16시간을 합치면 주당 최대 68시간이 된다. 개정안은 휴일·연장근로를 합친 초과근로 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하자는 거다.
고용부는 2016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 2017년부터는 299∼30명 기업, 2017년부터 30명 미만 기업에 적용할 계획이다.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근로시간 단축은 피할 수 없다.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부족한 일자리를 나누는 데도 이만 한 게 없다. 우리나라 근로자는 연간 평균 2000시간을 일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00시간가량 길다. 법정근로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고용도 늘어난다. 고용부는 계획대로 근로시간을 줄이면 1만85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으로 고용률 70% 달성의 토대로 삼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그렇지만 시행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쌓여 있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임금도 줄여야 한다. 노조가 그 부담을 나눠야 하지만 그럴 마음은 없으니 문제다. 기업은 결국 추가로 근로자를 써야 하고 그만큼 인건비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5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근로시간을 정부가 목표한 52시간으로 줄이면 기업은 2만6600명의 근로자를 더 써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로 인한 인건비 추가부담은 연간 1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300인 미만인 중견·중소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8조6000억원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는 '인건비 폭탄'으로 다가온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기업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이것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내년부터는 정년 60세 연장법이 시행된다. 그런데 정년연장과 맞물려야 할 임금피크제 도입은 노사정 대타협 실패로 겉돌고 있다.
통상임금 문제까지 가세하면서 기업들은 이중 삼중의 인건비 부담을 떠안아야 할 처지다

그런 만큼 근로시간 단축 문제도 노동개혁의 연장선에 놓고 함께 추진해야 한다. 시행의 전제조건은 삶의 질 향상, 고용률 제고와 함께 기업경쟁력도 고려해야 하는 거다.
근로시간 단축은 이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뒤에 시행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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