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사교육 광풍이 영유아 단계로 내려오면서 영어, 놀이학습 등에 쓰이는 영유아 사교육비가 폭증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교육사회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국책 연구기관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교육·보육비용 추정연구Ⅱ' 조사 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영유아 총 사교육비 규모가 3조2289억원에 달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2013년 2조6000억원보다 1년 사이 5874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전년 대비 22.2%가 폭등했다. 영아와 유아로 나눠보면 돌쟁이 등의 영아도 사교육비에 5157억원을 쓰고 있었고, 유아는 2조7131억원에 달했다. 증가폭도 영아는 전년대비 3.5%, 유아는 26.6%나 늘어 취학 이전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영유아 사교육비의 지출 현황을 보면 조사 대상 10명 중 7~8명(74.3%)가 사교육을 하고 있었다. 2013년도와 비교하면 6.3%포인트가 늘어난 것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매년 4~5%포인트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아와 유아를 나눠보면 영아는 절반 수준인 48.3%가 사교육비를 쓰고 있었고, 유아는 대부분(94%)이었다.
영유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체 아동 기준으로 평균 10만8400원으로 전년도 대비 2만9500원이 늘었다. 영아는 전년 대비 1800원이 늘었지만 유아는 3만8700원이 증가했다. 이러한 영유아의 사교육비 증가폭은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명목 사교육비가 전년대비 3000원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교육부·통계청, 2014년 사교육비·의식 조사) 무려 10배나 많은 것이다.
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영유아의 경우 특별활동 등으로 영어 사교육을 접하고 있었다.
조사 대상 아동 중 어린이집 이용 아동은 54.9%, 유치원은 27% 등으로 총 81.9%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이용하고 있었다. 유치원의 경우 이용 아동 중 67.1%가 1개 이상의 방과후과정 특성화활동에 참여하고 있었고, 어린이집 이용 아동 76.7%가 1개 이상의 특별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특별·특성화활동 중 가장 많이 참여하는 과목은 영어(62.8%)였으며, 다음으로 체육과 미술이 각각 49.8%와 48.4%, 과학, 음악, 교구활동은 각각 20%대, 나머지는 5% 내외 정도로 확인됐다.
유아대상 영어학원, 미술학원, 놀이학원 등 유사 보육·교육기관을 이용하는 아동도 2.6%로 지난해 1.3%에 비해 두 배가 늘었다. 반일제 이상 기관을 이용하는 아동의 54.3%는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영어학원 이용 비율은 전년도 34.7%보다 20%포인트가 늘었다.
반일제 이상 기관 이용시 총 비용은 월평균 85만7100원(영어학원 97만4300원, 놀이학원 84만5600원)이었고 최고 144만원 정도였다.
지난해보다 반일제 이상 학원 이용이 2배가 늘고, 특히 영어학원의 이용비율이 20%포인트 정도 오른 것은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수요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측은 분석했다.
학습지 교육을 받는 아동은 전체 중 29.4%로 2013년도에 비해 소폭 줄었다. 과목별 학습지 이용률을 보면 한글이 84.9%로 가장 높았고 수학이 49.2%, 영어가 8.5%였다. 아동 연령별로는 한글과 수학 과목은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이용률도 증가했으며, 사고력과 통합 활동은 반대로 연령에 반비례해 감소했다.
영유아의 학습지 이용 이유는 초등과정 선행학습이 50.7%로 가장 많았다.
사교육비걱정없는세상은 "영유아 단계에서의 선행학습과 인지학습을 부추기고 있는 대표적 사교육 상품은 학습지라고 할 수 있지만 정부의 뚜렷한 대책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영유아 발달과 동떨어진 학습지 이용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조기영어교육 기관 등에 대한 관리 등 제대로 된 영유아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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