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중견기업 진입 순간 각종 지원제도 끊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26 17:27

수정 2015.04.26 21:39

정책 소외에 시달리는 중견기업
업종·판로 특성 고려 없이 공공구매시장 참여 제한
정부조달시장 참여 위해 기업 분할해 중기 회귀



#. 아스콘과 골재를 비롯해 도로포장용 금속드럼을 생산하는 A사는 2012년 중견기업에 진입했다. 도로공사 등 공공조달시장에서의 활약이 발판이 됐다. 그러나 중견기업이 된 직후부터 공공조달시장 참여가 막혔다. 아스콘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품목으로 지정된 탓이다. 정부에서는 중견기업의 해외진출을 권유하고 있지만 A기업은 업종상 해외 및 민간 시장 진출이 불가능하다.
결국 A사는 정부조달시장 참여를 위해 기업을 분할해 중소기업으로 회귀했다.

#. 강관 제조 전문기업인 B사는 약 250억원의 상수도관 생산설비 투자를 한 결과 2012년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상수도관 사업 특성상 공공시장밖에 판로가 없는데 중소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공시장 참여에 제한을 받았다. B사는 현재 매출이 급격히 감소해 연구개발 인력을 축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견기업의 설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대기업만이 아니다. 중소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한 정책적 소외도 중견기업을 힘들게 한다. 특히 중견기업에 대한 공공조달시장 제한은 인력조정, 기업분할 등 이른바 '피터팬증후군'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중견기업으로 진입하는 순간 중소기업 경쟁제품 참여가 전면 차단돼 이를 대체할 판로를 확보하지 못한 초기 중견기업의 피해가 심각하다.

현재 제조업·비제조업 등 업종별로 매출액 400억~1500억원 범위의 기업이나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면 중견기업으로 분류된다. 중기 간 경쟁제품은 2012년 193종, 2013년 202종, 2014년 207종 등 늘어나는 추세여서 중견기업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가 1545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중소기업청과 함께 실시한 '2014 중견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기업 중 8.9%가 중소기업 회귀를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귀를 검토한 원인으로는 조세혜택이 63.5%로 가장 많다. 이어 중기적합업종과 공공조달시장 등 판로 규제가 12.7%, 금융지원 10.2%, 기술개발지원이 9.5%순이었다.

중견련 관계자는 "회사 규모와 사업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중견기업에 진입한 순간 각종 지원제도가 사라져 경영에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26일 지적했다.

특히 업종전문화로 성장한 중견기업의 피해가 크다. 앞서 언급한 A사, B사와 같이 업종이나 판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한 우물을 파온 전문성을 갖춘 중견기업도 공공구매시장 참여를 제한해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 중견기업계의 지적이다. 부작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견기업의 판로가 막히면서 협력사인 중소기업까지 도미노 위기를 겪는 일도 허다하다.
일부 중소기업이 독과점 시장을 형성해 다수의 중소기업이 피해를 본다는 것.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동반위의 중소기업적합업종과 중기 간 경쟁제품 중복규제로 인해 중견기업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특히 식품, 플라스틱 용기, 배전반 등은 중복규제로 관수 및 내수시장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매출이 떨어지다 보니 연구개발(R&D) 여력이 부족해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중견기업계의 샌드위치 현상에 대해 중견련 신명숙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문제점은 규모 의존적 규제로 일관해 중소기업과 다를 바 없는 초기 중견기업과 전문기업의 특성이 무시되는 데서 비롯한다"면서 "업계 성장사다리를 구축하고 히든챔피언 기업을 키우려면 중견기업계의 애로사항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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