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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 900원대 붕괴] 투기성 외국인 자본 증시 유입.. 외환당국도 안이하게 대처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28 17:40

수정 2015.04.28 21:40

■ 계속되는 엔화 강세 왜
정부 대책 작년 10월 '엔저대응 방안'에 머물러
원·엔 환율 10% 하락하면 수출 평균 4.6% 감소
원·엔 환율 900원(100엔당) 선 붕괴의 진앙지가 '엔저(엔화가치 하락)'가 아닌 '원화 강세' 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투기성 외국인 자본의 국내 증시 유입에 대한 경계감과 함께 외환당국의 소극적 대처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그간 의도적 통화 약세로 눈총을 받은 일본 엔화는 최근 달러당 118~119엔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한 달간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 16일 달러당 1131.50원에 거래된 환율은 이날까지 61.5원(5.4%)이나 하락했다. 지난 연말과 올해 초 원·엔 환율 하락 원인으로 지목됐던 도쿄발 엔화 공습이 최근 멎은 상태에서 원·달러 환율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건 당국이 최근 원화 강세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걸 의미한다. 원·엔 환율은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 비교를 통해 도출된다. 달러화 대비 엔화 약세 폭이 달러화 대비 원화의 하강 폭보다 클 경우 원·엔 환율이 하락하게 된다.



■원·엔 800원대 진입

최근 환율 하락은 기본적으로 이달 초부터 시작된 외국인의 증시 유입에서 비롯됐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 과정에서 환전수요가 발생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5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 행진을 벌이며 국내 증시에 '반짝 단비'를 선사했던 외국인의 행보도 이날을 기점으로 순매도로 돌아섰다. 국제 환투기꾼들이 증시를 끌어올리고 다른 한편에선 환차익을 본 뒤 빠져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최근 유입된 자금은 투기성 자본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경제 성장동력인 수출은 4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했으며 경제성장률도 지난 1·4분기까지 4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는 "투기성 자금이 환율과 증시를 복합적으로 옭아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최근 환율 추이를 보면 근본적으로 정부가 외환시장 방어에 손을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적극적인 원화 약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일 간 경합도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채산성 악화에 대한 우려 역시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는 2013년 기준으로 0.5가량이다. 양국 수출품목 중 절반이 겹친다는 의미다.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선박, 석유 등의 가격경쟁력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미국 금리인상이 맞물릴 경우 130엔대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원·엔 환율은 8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출입은행 등은 원.엔 환율이 10% 하락할 때마다 한국의 수출은 평균 4.6%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지부진한 대응책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엔저 현상이 해를 넘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 기조는 지난해 10월 경제장관회의에서 보고한 '엔저 대응 및 활용방안'에 머물러 있다.

이용실적이 저조한 환변동보험 가입 활성화를 통해 중소기업의 환리스크를 줄여주는 것 외에 눈에 띄는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대책의 유효기간을 오는 6월까지로 연장한 것이 고작이다.


중소기업들은 정보 부족과 절차상 번거로움을 들어 여전히 환변동보험 가입을 꺼리고 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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