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4·29 재·보선 새누리 '압승'…지역일꾼론이 정권심판론 이겼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29 23:26

수정 2015.04.29 23:26

4·29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총 4개의 지역구 중 3곳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잃은 정국주도권을 되찾았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야권 심장부인 광주를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게 뺏기는 수모를 당한 데 이어 야권텃밭인 서울 관악을도 27년 만에 새누리당에 넘겨주면서 문재인 대표의 책임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또 천 후보를 중심으로 한 야권지형 재편도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초반 야권 후보 간 경쟁으로 인한 표 분산과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야권으로 전세가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감 속에 보수지지층의 결집 및 지역일꾼론 등 3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여당의 완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빛바랜 정권심판론

이번 선거의 핵심 변수인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결국 야당에게 호재가 되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 초반 내세웠던 '유능한 경제정당론'을 고심 끝에 '부정부패 정권심판론'으로 바꿨지만 이는 오히려 새정치민주연합의 발목을 잡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이긴 3곳은 모두 수도권(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인천 서·강화을)으로 정치권 이슈에 민감한 지역이다. 하지만 유권자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새누리당이 부패정당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세에 영향을 받기보다 집권여당의 힘으로 지역발전을 이끌겠다는 후보들의 외침에 손을 드는 실리를 택했다.
리서치앤 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정부의 무능함과 대통령의 대선공약 불이행, 새누리당의 비도덕성을 강조하는 게 선거에서 더 주요하게 작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권심판론이 선거전략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앤 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정권심판론이 먹히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면서 "대통령이 여당에 대한 조정능력 자체가 상실돼야 하고, 대통령이 비리에 연루되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권심판론이 작동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도 "보궐선거가 10개도 아니고 4개 정도에서 정권심판론은 식상하다"면서 "대통령이 레임덕이 빠진 상태라면 설득력이 있는데 지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봤을 때 정권심판론은 뜬금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지역일꾼론이라는 '정공법'으로 돌파하면서 정국주도권을 완전히 되찾았다. 이에 따라 4월 임시국회에 걸린 경제활성화 9법과 공무원연금 개혁안,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 각종 현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야당텃밭 이변·무소속 돌풍

이른바 야권텃밭에서도 이변이 속출한 것이 이번 재·보선의 특징이다.

새누리당은 야권이 27년 간 독주한 서울 관악을 탈환에 성공했다. 당초 이번 선거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치러졌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의미있는 득표율에 목표를 뒀다. 뒤늦게 유일한 텃밭인 인천 서·강화을이 재·보선에 추가되면서 '1석만 건지면 본전'이라는 게 당 내 대체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 통진당 후보가 출마하고 서울 관악을에는 2007년 대선후보를 지낸 정동영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무소속 후보로 출사표를 던지는 등 야권표 분열이 현실화되면서 새누리당은 어부지리 승리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선거 중반 터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새누리당은 패배 위기를 직감했지만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내에선 2석 확보(인천 서·강화을, 경기 성남 중원)가 다시 목표가 됐다.

하지만 서울 관악을의 승리는 새누리당도 반신반의했다. 이는 무소속 정동영 후보의 저력이 선거 막판에 발휘되면서 야권 표가 분산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여당 후보 한 명과 두 명 이상의 야당 후보의 대결이라는 선거 구도가 새누리당에게 승리를 안겨준 셈이 됐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야권이 분열해서 표가 갈라질 수 밖에 없었던 점도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이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했던 야권의 심장인 광주 서을 역시 천정배 후보에게 넘어갔다. 특히 새정치연합이 광주를 잃은 것은 문 대표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게 정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교 신율 교수는 "광주의 상징성을 생각해볼 때 호남에서 문재인 대표를 야당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 다는 뜻"이라면서 "단순히 문 대표로 총선을 못치른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말했다.

■야권 지형변화 신호탄

특히 새정치연합이 텃밭인 광주 서을과 서울 관악을을 모두 잃으면서 야권 지형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당장 문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당 내에서 들끓을 것으로 보인다. 배 본부장은 "관악이든 광주를 뺏기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당 지지율도 위협받고 차기 대권후로보 문 대표의 기반도 흔들릴 것"이라면서 "이번 선거가 문 대표에 대한 평가, 야당의 지역기반에 대한 재평가 성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권발 지형변화가 단순히 문 대표에 대한 책임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권이 세포분열하거나 천 후보를 중심으로 분당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배 본부장은 "천 후보는 호남 정치복원을 말했는데 이는 동교동을 의미한다"면서 "동교동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 즉 당권분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신 교수는 분당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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