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고 부처별 규제개혁 실적과 계획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는 올 들어선 처음이고 작년 3월 첫 회의와 같은 해 9월 2차 회의에 이어 세번째다. 회의를 주관한 국무조정실은 박근혜정부의 규제개혁 2년차를 맞아 규제의 숫자를 줄이는 양적 개선보다는 현장에서 체감하고 개선효과가 뒤따르는 질적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데다 질적 개선에 초점을 뒀다니 산업계의 기대도 컸다. 회의에 앞서 언론에 배포된 해당부처의 보도자료도 그럴싸한 내용의 소제목들이 표지를 장식했다. 반세기 만의 개발제한구역 정책 전환, 핀테크 활성화 방안 등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세부내용은 대부분 '규제 혁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상적 규제완화 수준에 그쳤다.
시계추를 1차 회의 당시로 되돌려보자. 당시 박 대통령은 장장 7시간에 걸친 끝장토론에서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이자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 "규제개혁에 저항하는 것은 큰 죄악"이라며 규제 혁파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기간으로 1년이 넘고 회의로는 세 번째까지 진행된 그동안의 성적은 한마디로 낙제점 수준이다.
정부의 규제정보 포털에 따르면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시작된 지 1년을 맞은 지난 3월 현재 등록규제는 총 1만4000여건이다. 1년 전에 비해 고작 3% 줄었다. 정부는 애초 작년 말까지 10%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여기에도 훨씬 못 미친 것은 물론이다. 40개 정부부처 가운데 15개 부처는 작년 말까지 소관 등록규제가 그대로였고, 5개 부처는 되레 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규제개혁 체감도를 60점대로 분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우리나라에서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2013년 기준 158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은 것으로 추산했다. 국민 전체로 보면 1인당 300만원이 넘는 규제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규제 비용은 7년 사이 60% 가까이 늘었다. 우리나라 규제지수(1.88)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1.46)으로만 개선해도 GDP가 1.6% 올라가 일자리도 30만개를 만들 수 있다는 거다.
숫자놀음이 아니라 산업계의 기를 살리고,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질적 개선에 규제개혁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정부 방침은 옳다. 하지만 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실천이 전제돼야 한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로드맵이라든가, 유통업 전반의 기업활동 규제 혁파 등 피부에 와닿는 뭔가 하나라도 내놓아 규제개혁의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줘야 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월 신년구상 기자회견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서 수도권 규제를 올해는 해결하겠다"고 했다. 규제개혁에도 시간이 얼마 없다. 그 해답은 산업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실천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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