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2일 본회의을 열고 3건의 법안을 처리하는 데 그치면서 정치권뿐만 아니라 식물 국회를 초래하는 제도적인 문제점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 이날 국회 선진화법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월권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특히 법사위를 통과한 63개의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면서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섰던 여당이 법사위에 강하게 문제 제기를 했다.
새누리당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법사위원장은 '전자결재를 안 했다'는 이유로 3개 법안만 본회의로 넘기겠다고 한다"면서 "이는 전례가 없는 것입니다. 이는 법사위원장의 권한 남용이며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 원내대변인은 "여야 의원이 다 동의하여 법사위에서 이미 의결을 끝낸 법안들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인데 무엇이 더 필요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법사위는 고유 권한인 법 체계와 자구 심사를 넘어 법안의 내용을 손질하는 사례도 있어 이미 상임위의 고유권한을 침해하고 월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법사위는 법안심사를 졸속으로 처리하는 국회 관행에 제동을 걸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이날 본회의 직후 "4월 국회 마지막날 본회의가 파행된 사정, 배경이 뭐냐"며 야당이 반대하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를 의장이 함부로 직권 상정해서 일방 처리한 것과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 파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에서는 일체 향후 의사일정을 응할 수 없다고해서 (나머지 법안들을) 법사위에서 붙잡아 둔 것"이라면서 "이미 법사위원들 전원 동의 하에 본회의 직전에 법사위 전체회의는 열지 않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일요일 양당 원내대표 합의 사안을 존중해서 할 수 없이 부득이 지방재정법을 오늘 상정한 것"이라며 월권 논란을 일축했다.
지난 2012년 제18대 국회에서 국회의장 직권 상정과 다수당의 날치기를 통한 법안 처리를 금지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국회선진화법도 개정 문제가 공론화 과정에 놓여있다.
선진화법 아래에선 여야 어느 한 쪽이 반대하면 국회가 사실상 어떤 법안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여당을 중심으로 개정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1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선진화법에 대한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120명이 180명의 의사를 무력화시키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어그러뜨리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수 의사 무시될 수 있다는 걱정했던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이 왜곡되고 (선진화법이 시행된 후) 2년 반 동안 정국이 교착돼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도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 거의 없다"면서 "소수의 반대에 의해서도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수 있는데, 정치적 타협이 필요한 문제에 민생법안을 자꾸 연계시키니까 문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gmin@fnnews.com 조지민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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