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는 두 사람이 이혼에 합의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결혼생활의 파탄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는 상대방에게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을 둘러싼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다음 달 26일 공개변론을 열기로 해 기존 판례의 변경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76년 A씨와 결혼한 B씨는 1998년 다른 여성과 사이에서 혼외자를 낳았다 .그는 2000년 집을 나와 현재까지 15년간 이 여성과 동거를 하고 있다.
B씨는 2011년 A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지만 1·2심은 유책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법 840조는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를 했거나, 악의로 상대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나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등 6가지 사유가 있을 때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1965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이후 지금까지 이런 이혼 청구사유가 있더라도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견지해왔다.
다만 결혼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명백히 없으면서도 악의적으로 상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이혼을 거부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이혼을 인정해왔다. 대법원이 이런 '유책주의'를 택하는 것과 달리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 난 경우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지 않고 이혼을 인정하는 '파탄주의'를 택하고 있다.
유책주의를 택하면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고 가정의 해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혼인관계를 지속하도록 강제해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판례가 바뀐다면 결혼과 이혼을 둘러싼 국민생활에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학계와 여성단체도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화숙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