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보다 거래구조 단순 20여개국서 시장 형성
"FX 마진거래 수요 흡수 국부 해외유출 줄일 것"
반도체선물 도입은 시장참여자 많지 않아 시장 개설 '부적합' 결론
한국거래소가 신시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거래소는 최근 은시장 개설 검토에 이어 차액정산계약(CFD), 반도체 선물 시장 등 다양한 파생상품 도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거래소는 CFD에 대한 개설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반도체 선물 시장 도입은 '부적합'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CFD 개설 초읽기
17일 거래소는 CFD와 반도체 선물 시장의 국내 도입 여건을 검토한 결과 CFD는 합격을, 반도체 선물은 불합격 평가를 각각 내렸다.
CFD는 주식, 주가지수, 통화 등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른 차액을 현금으로 일일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브로커(금융투자업자) 또는 마켓메이커가 제시한 CFD 호가에 투자자가 매수하면 거래가 성립되는 방식으로 주식 거래와 비슷하다.
주식투자 금액의 10% 정도의 증거금으로 거래할 수 있고, 선물보다 거래구조가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서 20여개국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해외 CFD 거래는 대부분 장외거래이며 일본의 경우 도쿄거래소에 30여개 CFD 상품이 상장돼 있다.
거래소는 CFD 도입이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FX마진거래 수요를 흡수해 국부의 해외 유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장내 상장 또는 중앙청산을 통해 시장관리 효율성 및 거래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국내 통화상품, 코스피200지수 등 해외 수요가 높은 국내물의 CFD 상품 개발도 가능해 외국인 투자 유치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CFD 관련 국내 시장 수요는 장내·장외에서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시장 도입 시 제도 손질 및 과열 안정화 조치, 투자자보호 장치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CFD를 거래소에 상장하기 위해선 현재 파생상품업무 규정에 선물·옵션거래와 별도로 차액거래 상품에 관한 정의를 신설해야 한다"며 "일본의 투자자보호, 해외 CFD 상품 도입 시 FX마진거래 도입 사례 등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선물, 아직은 시기상조
반면 CFD와 함께 도입 여건이 검토된 반도체 선물 시장은 개설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거래소가 반도체 선물에 대한 현물시장 규모, 가격변동성, 가격신뢰성, 표준화 가능성, 잠재수요, 해외도입 사례 등 6개 기준을 검토한 결과 이 중 현물시장 규모와 가격변동성을 제외한 4개 항목에서 부적합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공급과 수요의 대부분이 제한된 주체로 한정돼 있어 금속·비금속·원유 등 다른 제품보다 시장참여자가 적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선물 거래의 낮은 유동성을 제한하는 결정적인 원인이다.
또한 다양한 사양 및 제조업체별 가격이 각각 상이해 신뢰할 만한 대표 가격이 없는 것도 반도체 선물 상장의 걸림돌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해외거래소에 반도체 선물이 상장되지 않아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반도체의 가격변동성은 코스피200의 두 배 정도로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와 헤지(위험회피)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반도체 가격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지수를 구성하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을 상장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