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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업계 '환율 쇼크'] "손해 보더라도 해외 점유율 지켜라" 버티기 들어간 현대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17 17:23

수정 2015.05.17 21:29

가뜩이나 어려울 때… 환율로 경쟁력 하락 속 "해외 생산량 합의하자" 노조까지 무리한 요구



[車업계 '환율 쇼크'] "손해 보더라도 해외 점유율 지켜라" 버티기 들어간 현대차

"시장점유율이라도 지켜야 한다. 출혈을 보더라도 버티는 게 최선이다."

최근 실적악화를 바라보는 현대차 고위 임원의 발언이다. 루블화와 헤알화 등 신흥국 통화와 유로화, 엔화 등의 가치가 떨어지자 현대·기아차의 1·4분기 실적은 속수무책으로 방어가 불가능한 사태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선 딜러 인센티브를 높였고, 브라질과 러시아에선 타 업체에 비해 판매 속도를 유지하면서 점유율을 높였다.

수익이 줄었지만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출혈을 보는 고육지책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반면 독일차와 일본차 업체들은 환율을 등에 업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수익이 늘어도 가격은 고정시켜 이익이 늘어난 반면 국내 업체들은 출혈을 감내해야 하는 상반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환율이 변하지 않는 이상 현대차는 버티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최선의 효과를 보기 위해 아반떼, K5, 투싼, 에쿠스 등 준중형, 중형, 대형 차급 등의 순차 출시전략을 촘촘하게 짜고 있다.

■브라질·러시아서 분투했지만…

현대·기아차는 환율 하락으로 더욱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펼치게 됐다. 유로화 약세와 엔화 약세로 독일차와 일본차 업체들의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반면 현대·기아차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출혈경쟁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기아차는 북미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였지만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업체와 대응하기 위해 딜러 인센티브를 높여야 했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의 마케팅비용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인기 차종인 엘란트라(아반떼)가 노후화돼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목적도 크다. 1·4분기 엘란트라에 주는 인센티브만 대당 2900달러로 전년 대비 90%가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 인센티브도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시키며 수익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시장에선 현대·기아차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전략이 달랐다.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거나 생산라인까지 철수하는 것을 검토 중인 반면 현대·기아차는 오히려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러시아에서 현지 생산라인을 철수키로 확정, 올해 안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연내 오펠 브랜드와 쉐보레 주요 모델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시킬 예정이다. 닛산은 지난 3월 16일부터 31일까지 보름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폭스바겐과 포드 등도 생산감축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 1·4분기 러시아 시장과 브라질 시장에서 각각 19.8%, 8.7%로 점유율은 확대했지만 환율 악화로 수익률은 좋지 않았다. 독일차와 일본 업체들은 환율을 등에 업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현대차의 1·4분기 영업이익률은 7.58%인 반면 글로벌 최상위를 차지한 BMW는 12.1%, 도요타는 8.93%를 기록하며 명암을 드러냈다.

■노조 요구로 내우외환

이 가운데 현대차는 강한 노조 요구안에 맞부딪혀 내우외환을 빚고 있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국내 및 해외 공장 생산량을 노조와 상의하자는 요구안을 합의안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해외공장 생산량까지 합의하자고 요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국내 공장 생산량이 감소하는 반면 해외공장 신설과 생산량은 증가하는 추세여서 노조가 조합원의 고용불안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요구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자국에서 생산한 모델로 수출을 늘리다보면 경쟁사에 비해 높은 물류비용을 감당해야 해 결국 기업 전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지화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공통된 화두"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역시 해외 생산량을 노사 합의로 정하자는 것은 명백한 경영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량을 정하는 것은 경영권에 속한 영역"이라며 "이를 합의사항이라고 명시하는 순간 경영권이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해법은 "버티기와 신차전략"

현대차가 최근의 내우외환을 벗어나려면 환율과 노사갈등, 신차효과 등의 3대 효과를 내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하반기에 기아차의 신형 K5, 현대차의 아반떼 등이 대기 중이다.



현대차는 이달 북미 시장에 신형 투싼을 투입하고 오는 7월과 10월 유럽과 중국 등지에 순차적으로 출시하며 신차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에 내놓을 아반떼와 신형 K5 등은 시기를 봐가며 출시시기를 당기는 방법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당분간 독일차와 일본차 등의 경쟁업체들이 저환율을 등에 업고 마케팅 수위를 높이고 있어 국내 차업체들은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당분간은 환경이 바뀌기 위해 점유율을 높이면서 버티는 한편 다양한 신차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시기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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