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원화강세 장기화...수출 비상 이달 10일까지 두자릿수 감소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19 16:30

수정 2015.05.19 16:30

올들어 원화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이 이달 10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1.8%나 급감,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미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실질 실효환율을 기준으로 약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엔화가치는 통계작성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말 수출실적이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19일 BIS국제결제은행이 발표한 '4월 실질 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에 따르면 원화가치는 전달보다 1.89포인트 오른 115.34포인트(2010년=100으로 기준)를 기록했다. 실질 실효환율이 115.34이라는 건 기준연도인 2010년(100) 대비 원화가치가 15.34% 절상됐다는 의미다.

이는 2008년 2월(118.79)이래 6년10개월만에 최고치다.

BIS가 집계해 발표하는 실질 실효환율은 세계 61개국의 물가·수출구조 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기준치를 넘으면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이는 물가변동을 감안한 체감환율이자 수출 가격경쟁력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원화 가치가 고점을 갱신한 반면 4월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71.99포인트를 기록했다. 불과 2012년 4월만 해도 두 통화 가치는 98포인트로 유사했으나 2012년 9월 아베신조 일본 총리의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를 기점으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30개월 연속 기준치(100)을 크게 하회하며 30%가까이 절하됐고, 반면 같은 기간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반대로 15% 절상되며 엔화와 정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

원화 강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석유화학제품군에 국한됐던 수출 부진이 최근엔 자동차, 가전, 디스플레이패널, 휴대폰 등 주력수출품 전역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들어 매월 감소폭이 확대된 수출액은 이달(10일 기준)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8% 급감한 84억5300만 달러를 나타냈다. 올들어 4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한 수출이 이달 큰 폭으로 하락하며 5개월 연속 감소를 나타낼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출액은 전년 동월대비 1월 (-)1.0%, 2월 (-)3.3%, 3월 (-)4.5%, 4월(-)8.0%로 감소세를 확대했다.

유럽·중국 경기 부진이란 구조적 요인도 있지만 최근 급격한 수출실적 악화는 경상수지 39개월 연속 흑자, 외국인 자금 유입 확대, 아베노믹스의 엔저 정책 등으로 원화절상 압력이 커진 게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세계 수요 둔화와 엔저심화, 유로화 약세 등이 지속되고 저임금으로 무장한 개도국들의 추격이 이어지는 등 최근 한국의 대외 수출 여건이 녹록치 않다"면서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수출은 더 이상 우리 경제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수출실적 악화가 올해 한국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지금까지는 수출은 금액기준으로 감소세였고 물량기준으로는 증가세였으나 과연 앞으로 물량기준으로도 증가세일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출액 뿐만 아니라 수출 물량으로도 감소로 전환하게 되면 본격적인 위기 국면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연말 수출이 두자릿수로 감소할 우려가 크다"면서 "정부가 구조적인 수출확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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