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사표가 수리된 이후 '총리 공백'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안대희.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낙마에 이어 이완구 전 총리도 사퇴하면서 청문회의 높은 도덕적 잣대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장고(長考)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국회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대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는 문제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시급히 처리돼야 할 민생에 관련된 법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한국 사회는 청년실업, 고령화, 복지, 재정, 통일 등 현재 안고 있거나 곧 다가올 여러 가지 문제에 슬기롭게 대비해야 한다. 현재 국민의 대다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어 삶이 힘겹다고 느낀다. 어려움에 처할 때 우리 국민은 올바른 국가 지도자를 목말라한다.
그런데 좀처럼 찾기도 어렵고, 있다 하더라도 지도자로서 잘 이끌어 갈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사실 우리가 찾고 있는 지도자의 모습이 도덕적 역량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잘못돼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지도자를 못 찾는 것일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청문회도 국민을 위한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갖추었는가를 검증하는 것으로 '청문회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각자 어떤 지도자를 찾고 있는가. 국무총리는 좁게는 행정가이지만 넓게 보면 직업 정치가다. 독일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저서에서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을 직업 정치가의 덕목으로 들었다.
무엇보다 먼저 열정이 있어야 한다. 맡겨진 일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그러나 '사익'을 추구하는 열정은 해롭다. '사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 책임감은 주인의식이다. 수백 명을 실은 세월호가 눈앞에서 물속에 잠기고 있는데도 도망친 선원들은 물론 어느 누구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책임을 떠안길 꺼렸다. 자신의 가족이 그 속에 있어도 남의 일처럼 책임을 떠안길 꺼렸을까? 강도가 칼로 위협한다 해도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라도 싸우지 않는가. 국무총리는 고통받는 국민을 내 부모처럼 여기고 책임감을 갖고 보살펴야 한다. 또한 균형감각이 있어야 한다. 열정과 책임감만 가지고 열심히 한다고 세상 일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방향이 옳아야 한다. 하지만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올바른 의사 결정을 돕는 것이 균형감각이다. 치우치지 않는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안의 이쪽저쪽 측면을 모두 살피고, 관련 당사자의 입장을 모두 살펴야 한다.
국무총리는 국민이나 야당을 이기려 해서는 안 되며 자신과 다른 생각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려 해야 한다. 국민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 새로운 총리는 '국민' 총리로서의 조건을 두루 갖춰야 한다.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열정이 있고, 고통받는 국민을 내 부모처럼 여기고 살피려는 책임감이 있으며, 국민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는 생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과 야당의 말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려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김태완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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