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안무가 그램 머피의 지젤.. 안무·의상 등 파격적 변신 서정적이고 순박하던 지젤 강인한 모습으로 표현

처녀 귀신 윌리들이 공격적인 눈빛으로 절도있게 움직인다. 텅빈 시선으로 하늘하늘 춤추던 그녀들이었다. 남자 무용수들은 긴장감 넘치는 북장단에 맞춰 몸을 한껏 낮추며 봉술과 같은 안무를 선보인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는 것이 기본인 클래식 발레에선 상상할 수 없는 동작이다.
지난 20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난 발레리나 황혜민은 이 작품의 지젤 역을 맡아 "새로운 시도로 초연하는 작품의 주역으로 서게 돼 흥분된다"면서도 "음악이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원작 지젤 역에는 이력이 난 그다. 황혜민은 "음악 자체가 굉장히 현대적이고 카운트하기 어려운 데다 한국적인 선율과 장단이 녹아있어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안무가인 그램 머피가 의도한 바다. 연습실 공개에 앞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그램 머피는 "나를 비롯한 무용수, 관객들까지 원작 '지젤'의 음악과 안무에 너무 익숙하다"며 "기존 음악을 사용하면 원작을 답습하게 될 것 같아 음악을 전부 새로 썼다"고 말했다.
호주 출신의 그램 머피는 고전의 파격적인 해석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안무가다. 이번 작품은 지젤이 알브레히트를 만나 사랑하다가 배신당하는 기본 줄거리를 제외하고는 음악, 안무, 세트, 의상 등을 모두 바꿔 거의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원작과의 간극이 상당하다.
머피는 "많은 셰익스피어 작품들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관객과 만나듯이 '지젤'이라는 발레 명작을 새로운 각도에서 해석해 소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안무도 더 강렬해졌다. 아름답고도 처연하던 윌리들은 복수심에 불타오르고 서정적이고 순박하던 지젤은 의지있고 강인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램 머피는 "악령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음
악은 '마오의 라스트 댄서' 작곡가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고든이 만들었다. 지젤과 알브레히트 역은 황혜민.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강미선.이동탁, 김나은.강민우가 트리플 캐스팅됐다.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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