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환율에 발목 잡힌 한국경제] (중) 하반기 사업계획 시계제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27 17:43

수정 2015.05.27 21:44

엔·유로·루블·헤알 등 전망 '안갯속'.. 기업들도 "답이 없다"
엔저 엇갈리는 의견
엔화 강세·약세 전망 팽팽 하반기 수출기업 갈팡질팡 유로화 약세도 빨라질 듯
일본만 편드는 미국
美 눈치만 보는 정부 불만 기업들 "美에 할 말 해야" 신흥국 내수악화도 변수



하반기에도 주요국 환율 전망이 불투명해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환율이 소폭 출렁일 때 잘 방어했던 기업들도 최근 대안에 대해서는 아예 꿀먹은 벙어리가 된 상태다.

27일 산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달러화만이 완만한 강세현상을 보이며 안정을 찾았다.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환율은 여전히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는 일부 전문가들이 약세장이 끝났다고 바라보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오히려 추가 약세가 더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로화는 강세장이 멈췄지만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산매입 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사실상 양적완화정책을 펴면서 방어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 환율도 '안갯속'

특히 엔저 현상의 지속 가능성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해외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악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그나마 1100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여 상반기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하지만 엔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보니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엔화 가치에 대한 엇갈린 전망은 기업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슈로더 투자은행,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빌려 작년부터 엔화 약세 베팅이 점차 줄고 있으며 앞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엔화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점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실상 엔화 약세설을 반박하는 보도를 냈다. 이 신문은 엔화 가치가 달러당 125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상반되는 주장이다.

한국 기업들은 엔화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원·엔 환율은 오전 10시31분에 100엔당 899.51원으로 장중 900원대가 붕괴됐다. 이달에도 900원대 벽이 깨진 것이다. 아베정권의 양적완화정책이 힘을 얻은 데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연내 금리인상 시사 발언으로 엔화는 더욱 떨어졌다.

유로화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강세가 유지될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약세로 돌아서면서 달러화의 교환비율이 1대 1이 되는 '패리티 시대'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ECB가 '자산매입 일시 확대' 카드 사용을 시사한 만큼 약세 전환이 빨라질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환율에 대해 미국에 할 말 해야'

국내 주요 기업들은 하반기 환율에 대해서도 좀처럼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 중 55%가 '엔화 약세로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문제는 추가 하락 여파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업종별로 엔저를 감내할 수 있는 환율은 사실상 이미 깨진 상태다. 철강(960원), 석유화학(965원), 기계(953원), 음식료(943원) 등은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떨어졌다. 정보기술(IT)·가전(870원), 섬유(850원) 등이 버티고 있지만 사실상 마진이 많이 줄었다고 봐야 한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매칭(matching·통화별 외화 유입·유출 만기를 일치시키는 전략), 래깅(lagging·환율 전망에 따라 수급 결제기일을 미루거나 당기는 전략), 통화스와프 등의 전통적인 환율방어 기법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또한 환율이 과도하게 출렁일 경우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 대기업 관계자는 "환율 문제에 있어서 우리 정부는 너무 눈치를 본다. 일본 정부는 엔저를 위해 개입해도 미국은 가만히 있는데, 한국만 유독 지적하고 있다"면서 "이런 역차별은 명백히 한국 정부가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기업들은 원화 고평가로 인해 유럽과 신흥국 등의 구매력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간접적으로 경기침체가 환율 하락의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이원희 재경본부장은 "환율로 인해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현지 공장 원가율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더 무서운 것은 이들 지역의 내수가 부진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대차의 경우 손해를 보더라도 시장지배력을 높였기 때문에 향후 신흥국 내수가 살아나기 시작하면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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