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서울=김홍재 특파원 박하나 기자】 중국과 일본이 아시아 고속철 시장에서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고속철 국산화에 성공한 지 10년이 지나서야 고속철 수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29일 일본 교도통신, 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아시아 인프라 시설에 1100억달러(약 122조원)를 투입하기로 발표한 직후 120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총 길이 680㎞에 이르는 태국 방콕~치앙마이 고속철사업 수주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사전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앞서 태국은 지난해 말 중국과 태국 북부 농카이~동남부 산업지대 라용(총 길이 867㎞·13조5000억원 규모) 고속철 건설사업에 협력하기로 했으나 일본 정부가 저리 차관과 일본의 고속철인 '신칸센' 기술지원을 약속하면서 일본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일본은 태국 외에도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중국과 고속철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일본은 말레이시아~싱가포르(총길이 330㎞) 고속철 사업에 대한 건설권을 따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재 인도네시아에 고속철을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일본과 고속철 협력을 기본적으로 마친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해 중국 고속철 기술과 설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중국과 일본간 치열한 수주전을 예고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 2004년 KTX 경부선 개통 이후 국산화에 성공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해외수출 실적이 전무한 가운데 최근에야 고속철 사업 수주에 뛰어들었다.
현대로템은 이달 중순 국토교통부와 공공기관, 민간기업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 고속철 수주지원단과 함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현대로템은 120억달러(약 13조2000억원) 규모의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사업에서 고속철 차량 납품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미 일본과 중국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데다 봉바르디에, 알스톰, 지멘스 등도 관심을 보여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앞으로 10년간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고속철 네트워크가 빠른 속도로 확장될 것"이라며 "이미 중국과 일본 두 고속철 강국이 고속철 수주를 놓고 전면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후발 주자인 한국이 아시아 고속철 시장에서 첫 수주에 성공하기 위해선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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