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징(Xijing·西京의 중국식 발음)은 세상에 없는 도시다. 한국의 김홍석(51), 중국의 첸샤오시옹(53), 일본의 쓰요시 오자와(50) 등 한·중·일 3국을 대표하는 미술작가 3인이 만들어낸 상상 속의 도시다. 동경(東京), 남경(南京), 북경(北京)은 있는데 서경(西京)은 사라지고 없다는 데서 착안했다.
오는 8월 2일까지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시징의 세계'전은 가상의 도시 시징을 통해 동시대 삶의 허위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쏟아내는 전시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는 뾰족하게 날이 서있거나 격앙돼 있지 않다. 오히려 그들의 작품은 시답잖게 던지는 농담에 가깝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스포츠 정신은 실종되고 패권 경쟁의 각축장으로 전락한 올림픽을 풍자한 35분짜리 비디오 작품 '시징 올림픽 2008'을 보자. 이 작품에는 작가 자신들과 그들의 어린 자녀들이 직접 출연하는데,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의 목에 걸어주는 메달이 빨강, 노랑, 초록색 피망이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관람객들은 피식 웃게 된다. "거대한 정치적·경제적 게임의 장이 된 올림픽을 조롱하고 동시대적 삶에서 회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반문해보는 작품"이라는 것이 미술관 측 설명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김홍석 작가는 "새로운 공동체나 국가 개념을 만들어 낼 때 기존의 형식으로 하지 않았으며 역사적 배경이 있는 한·중·일, 근대화 등 기존의 모든 대화체계 역시 극복하는 방식을 취했다"면서 "전시를 보면 일면 웃기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꼭 그럴 의도를 갖고 한 건 아니고, 작품의 감상과 해석은 전적으로 관람객 개인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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