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헤지펀드 삼성물산 지분 7% 보유...합병반대?...자본차익 노릴 듯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04 13:28

수정 2015.06.04 15:40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주식 7.12%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분 보유 목적이 '경영참여'로 알려졌지만 합병 반대가 명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헤지펀드의 특성상 자본이득을 위한 단순 투자로 해석하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보다 현재 주가가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지분 13.15%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개연성이 낮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추진땐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주가가 낮아 (배임을 피하기 위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른 셈이다.

증권사 지주회사 담당 A연구원은 "합병반대 이슈를 제기하고 주가가 급등하면 차익을 챙기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한국 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경영권 참여, 합병반대 이외에는 노코멘트가 공식 입장"이라고 답했다.

일부에선 헤지펀드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우호지분을 모아 주주총회에서 합병 반대 입장을 나타내면서 주가를 끌어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美 헤지펀드 엘리엇 "합병 반대"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주식 1112만5927주(7.12%)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1977년 설립된 엘리엇은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 두 가지의 펀드를 운영한다. 전체 운용자산은 미화 260억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다만 엘리엇은 당초 3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전량 매수했다고 공시한 것과 달리 종전까지 삼성물산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었고 나머지 지분을 장내에서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시 규정상 보유 지분이 5% 이상일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3조 규정에 따라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지분 보유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공시에 지분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라고 기재한 엘리엇은 보도자료를 통해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 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며 합병 반대이유를 재차 밝혔다. 지난달 26일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의 주식 전량을 매입하는 방식을 통한 합병을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지분 7.12%를 보유한 엘리엇이 이처럼 합병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다음달 열리는 합병 주주총회에 관심이 쏠린다. 합병비율이 불리하게 산정됐다고 판단하는 삼성물산 측 주주들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엘리엇이 합병반대 주주들과 힘을 합쳐 합병 찬성 주주들과 표대결을 펼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3월 말 기준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를 보면 삼성SDI(7.18%)와 이건희 회장(1.37%)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13.65%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지분율 13.15%와 엘리엇이 장내에서 취득한 지분 7.12%를 합하면 현 경영진의 지분율을 크게 웃돈다. 국민연금 측이 어느 편에 서느냐가 관건이다.

■합병 열쇠 쥔 국민연금

양사의 합병 계획안에 따르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액이 1조5000억원을 넘으면 합병계획이 해제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 한도는 양사 합병 기준 시가총액의 약 5%를 기준으로 삼았다.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부담을 안고 합병을 진행하면 합병 법인의 재무상황이 나빠져 합병 의미가 퇴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1대0.35로 삼성물산 주주는 1주당 제일모직 주식 0.35주를 교부받는다. 1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모두 삼성물산에서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삼성물산 보통주 지분 17%에 해당하는 만큼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각각 15만6493원, 5만7234원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신중한 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주주 3분의 2 찬성을 받아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3분의 1만 반대해도 이번 합병은 무산된다"며 "이번 건은 특별해서 국민연금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 고민해봐야 한다.
관련 내용을 분석해볼 계획이다"고 밝혔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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