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장발장법 위헌'에 죄질 나쁜 도둑까지 혜택... 대법 '상습 강·절도범 가중처벌 못해' 파기환송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05 15:08

수정 2015.06.05 15:08

이른바 '장발장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해당 법조항이 적용된 사건들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죄질이 나쁜 상습 강·절도범들까지 감형을 받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질 공산도 커졌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도·절도)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강모씨(34)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강씨는 2014년 1월~6월 경찰관을 사칭해 오피스텔 성매매를 단속하는 척하면서 피해자들의 물건을 훔치거나(절도)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로 구속기소됐다. 절도 피해는 모두 9차례에 걸쳐 1700만원, 강도 피해는 모두 14회에 걸쳐 3400만원에 달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성매매 여성들로 강씨는 흉기로 성매매 여성들을 위협해 금품을 빼앗은 사례도 있었다.


1,2심 재판부는 강씨의 범행이 불량하고 피해자가 20명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해 특가법을 적용,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과정에서 강씨는 자신이 간질과 우울증을 앓고 있어 심신미약상태에서 범죄를 저절렀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범행이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저질러졌다는 점을 들어 강씨의 변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홀로 생활하는 성매매여성을 상대로 경찰관을 사칭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흉기를 사용하고 범행횟수가 많은 등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강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대법원 계류 중에 특가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이 나왔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 후 헌재가 특가법상 절도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려 효력을 상실했다"며 "이 법을 적용해 기소한 사건은 범죄가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하므로 원심 판결은 결과적으로 유지될 수 없게 됐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따라 대전고법은 강씨의 혐의를 다시 심리해야 한다. 법원 관계자는 유죄판단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이고 적용법률과 양형이 변경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제5조의4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상습적으로 절도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법에 따르면 비록 액수가 적은 생계형 범죄라고 해도 상습성만 인정되면 3년 이상의 중형에 처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장발장법'으로 불렸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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