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주요 채권금리가 일제히 반등했다. 사실상 연내에는 더 이상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판단에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 채권금리는 글로벌 금리와의 동조화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장기물을 중심으로 급등했다.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61%포인트 상승한 2.526%를 기록했다. 20년물과 30년물 국고채도 전날보다 각각 0.051%포인트, 0.050%포인트 올라 2.730%, 2.817%를 나타냈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은 각각 전날보다 0.024%포인트, 0.061%포인트 상승하며 1.797%, 2.087%를 보였다.
■기준금리 사실상 바닥… 국고채 금리 상승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한 것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사실상 연내에는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 완만한 경기회복과 선진국의 기대인플레 반등 등을 고려하면 이번 금리인하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라는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졌다"면서 "채권과 외환시장은 이미 기준금리 인하를 상당부분 선반영해왔기 때문에 금리인하 결정 이후 금리는 오르고 환율은 하락했다"고 말했다.
서향미 교보증권 연구원도 "과거에도 더 이상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 금리인하 기대를 선반영해 움직였던 시장금리가 금리인하 직후 상승 전환하는 패턴을 보였다"면서 "향후 메르스의 추가 확산 및 4차 감염이 현실화될 경우 내수가 현재 예상보다 더 위축되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겠지만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대외 금리 상승을 반영하면서 장기물을 중심으로 약세가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인하된 이상 단기구간은 수익률 곡선이 정상화된 반면 장기구간은 독일 국채 금리 상승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정상화 우려가 아직 남아 있다"면서 "장기물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모멘텀이 소멸되면서 향후 시장금리는 글로벌 채권금리와 동조화 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서향미 교보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채 대비 이머징 채권의 상대적 약세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원화채권의 차별화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금리의 방향성 자체가 글로벌 경제의 전반적 흐름과 다를 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적금 금리도 떨어질 듯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 역시 시장금리를 곧 내릴 전망이다. 다만 은행들의 조달금리 변화에 따라 시장금리 인하폭이 결정된다. 기준금리가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 시중은행들이 시장금리를 내리지 않고 버티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는 철저히 조달금리 변화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조달금리가 하락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시장금리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차가 필요할 것으로 은행들은 예상한다. 일단 예금, 적금 등의 금리를 낮추고 이를 바탕으로 대출금리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시중은행들이 이를 시장금리에 반영하지 않으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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