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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메르스 전사' 의료진을 응원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16 17:15

수정 2015.06.16 17:54

감염 위험에도 최전방 보루.. 영웅 아닌 기피대상이라니

대전의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인 건양대병원 내과계 중환자실 담당 수간호사 신모씨(39)의 사연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신씨는 지난 3일 사경을 헤매는 메르스 36번 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에 후배 간호사를 도와주려 자진 참여했다. 전신 방호복을 입고 1시간 넘게 땀을 뻘뻘 흘리며 사투를 벌였다. 기도에서 수차례 피와 가래가 튄 후 환자는 죽음을 맞았고 의료진은 탈진해버렸다. 그로부터 8일이 흘러 신씨는 발열을 느끼고 검사를 한 결과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다.
간호사실은 울음바다가 됐고 주변 동료 의료진 80여명도 줄줄이 격리대상이 됐다.

메르스 감염 위험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이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이다. 위독한 메르스 환자들은 엄청난 양의 바이러스를 배출한다. '메르스 전사'들이 방호복으로 무장해도 안심할 수가 없다. 16일 현재 메르스 확진 의료진은 26명이나 된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진은 피로 누적, 탈진과 감염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격리병동에서 쪽잠을 자면서 무거운 전신방호복을 입고 목숨을 건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메르스 방어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시각은 그리 곱지 않은 것 같다. 박수 받아 마땅한 의료진을 감염자 취급하거나 이들의 의료기관을 감염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의료진이 거주하는 지역 학교의 휴업이 잇따르고 일부 의료진 자녀들이 주변의 따돌림을 받고 있다. 간병인, 자가격리자를 지원하는 공무원, 요양병원 종사자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일부 병원이 초기대응을 잘못하거나 환자 관리를 잘못해 메르스가 확산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선의 의료진에게 비난을 퍼붓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메르스 현장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결의를 담은 편지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감동시킨 김현아 동탄성심병원 간호사는 "메르스는 스스로 옮겨가는 것이니 감염된 사람도 병원도 미워하지 마세요. 대신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메르스 발병 1위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감염이 두려워 의료진이 진료를 거부하고 사표까지 던지는 소동이 있었다. 우리의 경우 이런 의사가 있다는 얘기를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와중에도 퇴치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이런 의료진 덕분이다. 지난해 에볼라 사태 때 미국은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을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해 말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에볼라 전사들'이었다.
타임은 "그들이 있었기에 전 세계는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신 간호사, 김 간호사 같이 묵묵히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메르스전사들도 국민적 영웅이다.
이들의 노고와 헌신에 힘찬 박수와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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