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화백(91)은 지난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일절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98년 천 화백으로부터 작품을 기증받아 상설전을 열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전시작품을 교체했다거나, 10년 넘게 근황을 파악할 수 없어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에게 지급되던 수당이 끊겼다는 소식이 간간이 전해졌을 뿐이다. 미술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천 화백은 현재 의식은 있지만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장녀가 거주하는 미국 뉴욕에서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뜸했던 천 화백에 관한 소식이 전해졌다. 오는 14일 서울 신사동 K옥션에서 열리는 여름경매를 통해서다. 이번 경매에 나온 작품은 천 화백이 지난 1989년 그린 '막은 내리고'로, 미국 소장가가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던 것을 이번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 화백의 1980년대 대표작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이 작품은 주요 도록에도 실려 있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물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리에 꽃장식을 한 두 여인이 등장하는 '막은 내리고'는 한눈에 봐도 천경자의 솜씨인 걸 알 수 있는 전형적 작품이다. 화면 전반에 노란색과 녹색의 보색을 사용해 화려한 분위기를 강조했고, 황금색을 더한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이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또한 작가의 붓터치와 자연스러운 색의 결합을 통해 명암 표현을 돋보이게 해 강렬한 색상 속에서도 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작품의 경매추정가는 8억5000만~10억원으로 천 화백이 지난 2009년 '초원'으로 세운 경매 최고가 기록(12억원)을 경신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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