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막대한 이익을 취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합병이 통과되더라도 엘리엇이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가격 재조정 소송을 통해 합병 지연작전을 펼치는 것은 물론 '합병비율 재산정'의 기대감으로 주가 또한 상승해 큰 시세차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엘리엇과 같이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세력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등의결권'과 '포이즌 필'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경영권 보호 장치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엘리엇, 합병 무산에도 큰 차익.
재계와 시민단체는 14일 삼성물산과 엘리엇 간 분쟁을 주제로 연이어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의 주요 내용은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 마련이 주를 이뤘지만 그보다 엘리엇이 이번 합병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큰 차익을 얻어 갈 것이라는 주장이 주목을 받았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긴급 좌담회에서 "엘리엇이 합병안 통과여부와 관계없이 어떤 경우에도 큰 이익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경제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비영리 재단이다.
엘리엇이 경영권 공격에 성공할 경우 삼성전자의 경영권까지 노릴 수 있고, 합병이 무산되더라도 합병비율 재산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최 부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엘리엇이 정치·사법 수단까지 동원해 기업을 압박하는 투기자본"이라며 "표면적으로는 주주가치를 내세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지만, 속셈은 경영권을 위협하는 단기투자를 통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증권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교보증권 백광제 책임 연구원은 "헤지펀드는 통상 주식 매수를 통한 단방향 매매는 하지 않았을 것이며 삼성물산의 주가 상승(7만5000~8만원)시 주식 공매도나 삼성물산 주식선물매도를 통한 이익 확정을 해두었을 것"이라며 "가정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이익 확정방법은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흔히 쓰이는 방법이며, 해당 헤지펀드는 추가적인 주가 급락이 있더라도 충분히 손실을 입지 않을 수(추가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백 책임 연구원은 "상하방 양쪽의 이익 증대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에서 해당 헤지펀드의 추가적인 자금투입을 통한 현물 매수 및 지분경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결국 합병 무산시 주가하락 피해는 일반 주주에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자본시장보호' 신설해야
재계와 시만 단체는 국내 기업 경영권 보호를 위해 주주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감성적 대응이 아니라 제도적 법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강흠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권 방어수단이 경영을 잘하여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경영진의 경영권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기업 경영권 방어 행위가 자원을 낭비하고 기업역량을 분산시킨다"고 전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차등의결권' 제도와 '포이즌 필(기존 주주에게 회사의 신주나 자기주식을 저렴하게 매수할 권리)' 등 도입이 거론됐다. 다만 차등의결권이 순환출자와 동시에 허용될 경우 지배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지나치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는 만큼 비상장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거나 상장기업의 경우 장기투자자에게만 자동으로 부여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이날 한국선진화포럼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합병이 통과한다하더라도 엘리엇이 주식매수청구를 통한 합병지연작전을 펼칠 수도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병 등의 반대주주의 주식매수가액에 대한 결정을 법원이 아닌 정관상의 기구도 수행할 수 있도록 예외를 상법 또는 자본시장법에 신설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국내기업을 보호하는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현행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지침에 제3원칙으로 '국내자본시장보호'규정을 신설해, 국민연금이 해외 헤지펀드의 그린메일 전략으로부터 국내기업을 보호하는 백기사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것 또한 시급하다"고 밝혔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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