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자 45만 육박, 일자리 질도 열악한 상황.. 청년 인턴제 등 개선해야
#.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임지연씨(가명·27)는 '돌아온 취준생'이다. 졸업 후 2년간 준비해 지난해 10월 말 들어간 직장을 올해 5월 그만뒀다. 처음엔 대기업만 바라봤지만 마음이 급해지면서 200곳 넘게 지원한 끝에 합격한 회사였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나와야 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토익 930점에 토익스피킹은 레벨7로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갖춘 그였다. 실무에 보탬이 될까 해 무역영어 1급과 유통관리사 등 민간 자격증도 취득했다. 하지만 작은 무역업체에 입사해 보니 '첫 직장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주변의 말이 실감났다. 연봉은 대기업 다니는 친구의 절반을 조금 넘었고, 성과급이나 보너스는 기대할 수도 없었다. 이제껏 해온 공부가 아깝다는 생각에 결국 '한 번 더' 해 보기로 한 것이다.
청년들이 고용시장에서 나 홀로 울고 있다. 현 정부의 2기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가운데 청년 10명 중 6명은 여전히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등 전전긍긍하고 있다.
'청년 프레임'에 갇힌 정부가 그동안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청년 고용절벽 대응 종합대책'도 7월 중 예고하고 있지만 청년 상당수는 여전히 '취업준비생'이나 '구직단념자'로 남아 있다. 한때는 '고용 없는 성장'이 문제가 됐지만 이제부턴 '청년 고용 없는 저성장'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청년고용, 백약이 무효?
15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1.4%를 기록하며 1년 전의 40.7%에 비해 0.7%포인트 상승했다. 고용률은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되는 비경제활동인구 수를 포함해 계산한다. 따라서 고용률이 40%라고 하면 100명 중 40명이 취업자라는 의미다. 청년 고용률은 최 부총리가 취임했던 지난해 7월 당시 42.2%로 반짝 상승했지만 다시 하락하며 40~41%에 머물러 있다. 특히 대학교를 막 졸업한 연령대인 2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6월 현재 69.2%로 지난해 6월의 69.5%에 비해 더 악화됐다. 1년 전 40만7000명이던 청년실업자는 6월 현재 44만9000명으로 4만2000명(10.3%)이 늘었다. 청년실업률(15∼29세)은 10.2%로 집계됐다. 이는 6월 기준으로 1999년 6월 11.3%를 기록한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통계상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는 실업자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놀던 사람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다닐 경우 자연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나 실업자가 크게 늘어난다는 것은 일을 하고 싶어도 그만큼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은 6월 현재 60.9%로 1년 전과 변함이 없었다.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 10명 중 4명가량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청년층은 10명 중 6명이 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에만 청년일자리 확대를 위해 1조3654억원을 쏟아부었다. 전 중앙부처를 통틀어 관련 사업만 50개로 집계됐다. 올해 사업 수는 46개로 줄었지만 예산은 1조3965억원으로 늘었다. 수많은 노력과 예산을 들이고도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청년일자리, 양과 질 확보 숙제
이처럼 한파를 겪고 있는 청년 고용시장은 '양'과 '질'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숙명에 처해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경제전망보고서에서 투자 없는 고용으로 인해 일자리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비투자 부진과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의 취업자 증가로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001~2007년 연평균 3.0%에서 2008~2014년 1.7%로 하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기간 실질임금 증가율은 3.8%에서 0.6%로 낮아졌다. 또 55세 이상 장년층과 여성 취업은 늘었지만 청년취업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또한 현 정부가 임기 중 목표로 하고 있는 '고용률 70%' 달성에 목을 매다가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실패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대로 간다 해도 2017년 말까지 고용률을 70%로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부경대 류장수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대책 중 그나마 유용한 것은 청년인턴제다. 인턴을 통해 정규직 전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프로그램인증제 등을 통해 '좋은 기업'이라는 것을 정부가 보증해줘야 한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수직적 하청구조를 바꾸는 대기업의 자성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박소연 기자 최미랑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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