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시민의 힘으로 19개 언어에 대한 통역봉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동입니다."
비비비(BBB)코리아에 대해 설명하는 최미혜 BBB코리아 사무국장(사진)의 목소리와 표정에는 활기가 넘쳤다. BBB코리아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는 그의 모습에서 BBB코리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최 사무국장은 19일 "드러나는 일도, 대가가 주어지는 일도 아니지만 보람을 느낀다는 이유만으로 참여해주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BBB코리아는 일상 속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내.외국인을 돕는 비영리단체다. 내·외국인이 BBB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면 해당 언어 재능을 가진 자원봉사자가 통역서비스를 제공한다. 2015년 현재 19개 외국어에 능통한 자원봉사자 4600여명의 재능기부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언어통역 봉사자들이 해결한 민원은 8만307건, 올해도 10만건에 육박할 전망이다.
19개 언어를 소화하는 만큼 전화통역 봉사에 참여하는 이들도 다양하다. "학생이나 교수는 물론 전직 외교관,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회사원이나 주부 등이 함께하고 있는데 40~50대 비중이 높은 편이에요. 최근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도 봉사자로 참여하고 있어요."
의지만 있다고 해서 봉사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문화 격차를 좁혀가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 이처럼 재능과 개인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통역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이는 꾸준히 늘고 있다. 10년 넘게 봉사에 참여한 이들도 전체 봉사자의 4분의 1에 달한다.
BBB코리아의 14년간의 행보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비영리단체가 겪는 경영난과 인력난 등은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최 사무국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2012년 진행한 비비비코리아 10주년 기념식을 꼽았다. 당시 둘째를 임신 중이던 최 사무국장은 제왕절개수술 날짜를 미뤄가며 만삭의 몸으로 10주년 기념식과 사사 발간을 준비했다. 그리고 출산 후 3주 만에 800명이 참가한 기념식을 치러냈다.
BBB코리아의 활동은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향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전화 통역봉사 활동 노하우를 해외에 전수하고 있다. 첫번째 수출국은 지난해 월드컵을 치른 브라질이었다. 최 사무국장은 "전화 통역 자원봉사가 한국에서 시작했지만 플랫폼만 구축한다면 어떤 국가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BBB 뒤에 국가명을 붙일 수 있도록 법인명도 'BBB'코리아라고 했다"며 "시민사회 운동을 해외에 알리고 싶었던 꿈이 현실이 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문화교류 사업 확대를 위해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에 한국어학당도 세웠다. 최 사무국장은 "앞으로 나라별 문화.언어 콘텐츠를 모아 다자 간에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생각"이라며 "비비비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인이 소통하는 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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