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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이뤄야 나라가 산다] (1) 271만원 vs 146만원, 벌어지는 노동 빈부 격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28 17:34

수정 2015.07.28 17:34

지금이 노동개혁 골든타임
대기업 정규직 과보호에 신규채용 ↓ 비정규직 ↑ 고용 유연성 세계 133위
체질 개선 없인 성장 없어 귀족노조 기득권 내려놔야
[노동개혁 이뤄야 나라가 산다] (1) 271만원 vs 146만원, 벌어지는 노동 빈부 격차

한국의 노동시장은 1980∼1990년대의 적폐가 아직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장시간 근로에도 고비용 저효율의 일하는 방식, 능력이나 성과와 괴리된 연공서열형 보상체계, 고용.근로조건 조정의 유연성 부족, 단기 비용 절감을 위한 비정규직 위주의 경영관행에 따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래서 좋은 일자리가 나오기 어렵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조가 있는 근로자와 없는 근로자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고착화되고 있다. 소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않고는 한국의 경제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파이낸셜뉴스는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의 성공을 위해 '노동개혁 이뤄야 나라가 산다'를 주제로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한국의 노동시장이 중대기로에 놓여 있다. 지난 4월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 불발 이후 3개월여 만에 박근혜 대통령을 필두로 정부와 여당이 다시 노동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당정은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이라는 굵직한 정치 이슈까지 앞두고 있지만 노동개혁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한국경제 제2의 부흥기'를 이끌기 위해 노동시장의 체질 개선부터 이뤄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 때문이다.

[노동개혁 이뤄야 나라가 산다] (1) 271만원 vs 146만원, 벌어지는 노동 빈부 격차

■노동개혁 왜 필요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추세적 성장률 하락을 일시적인 경기침체로 판단, 단기적인 경기부양에만 급급한 채 구조적 개혁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한국 경제도 구조적인 문제들이 성장을 제약하고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업·가계·공공부문의 기초여건도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구고령화, 투자수요 위축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단기부양책으로는 성장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그래서 노동분야의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의 과보호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정규직 노조로 인해 인력운영에 한계를 느낀 대기업들은 신규채용을 줄이고, 비용절감을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 채용을 늘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청년 일자리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고용시장 유연성 순위는 2000년 58위에서 2003년 81위, 2012년 133위로 급락했다.

대기업 정규직의 과보호를 개선해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고 청년실업층에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노동상류층이 일정부분을 양보해 노동약자층에 일자리와 성과를 재분배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고 미래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다. 노동개혁에 일찍 나섰던 유럽 국가들만 봐도 이 같은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노동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의 청년고용률은 2013년 기준으로 40∼50%에 달하지만 스페인, 이탈리아 등 노동개혁에 실패한 나라들의 청년고용률은 18%에 불과하다.

■심화되는 노동시장의 '양극화'

28일 정부와 재계, 노동계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 수준으로 늘어났다. 통계청이 지난 5월에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3월 현재 임금근로자는 1879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2.2% 증가했다. 이 중 정규직 근로자는 1278만7000명이고, 비정규직 근로자는 601만2000명이다. 전체 근로자의 32.1%가 비정규직인 셈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더 벌어졌다. 올해 1·4분기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271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은 146만7000원으로 0.5% 증가하는데 그쳤다.

임금 외에도 전반적인 복지수준에서도 양극화는 크다. 고용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정규직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97.8%에 달했다. 비정규직은 51.2%에 불과했다. 국민연금 가입률도 정규직은 97.6%인 반면 비정규직은 48.2%로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고용보험도 정규직 가입률은 95.4%였지만 비정규직은 63.0%로 격차는 컸다.

'장그래'로 대변되는 청년층의 고용불안도 심각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20∼29세 실업자는 41만명으로 직전 최대치인 2000년 상반기의 40만2500명을 넘었다. 경직된 우리나라의 고용 유연성은 해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가 노동개혁 '골든타임'

정부는 이 같은 노동시장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개혁 카드'를 꺼냈다. 지난 3월 말 노사정 대타협 협의시한을 넘긴 채 4월까지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노사는 협상의 9부 능선까지 넘었으나 마지막 간극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불발됐다.

이후 정부는 노사정 협의 과정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에 한해 노동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경영계의 반발도 만만찮다. 기득권을 양보해 타협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양보의 여력이 없어 보인다.

야당 역시 '노동 개악(改惡)'이라며 당정의 노동개혁 추진에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까지 노동개혁이 실패하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생존의 필수 전략이자 세대상생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표를 잃을 각오로 당력을 총동원해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하반기 노동개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 이은 '대선정국'으로 이어지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나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로 지적된다. 우리나라가 재도약하려면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시장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전문가들 역시 노동개혁의 골든타임이 도래한 만큼 이른 시일 내 노동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한국은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를 장시간 끌고 갈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며 "시한 내 괄목할 만한 성과가 없으면 독일의 하르츠 개혁처럼 정부가 주도적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 쟁점에 대한 노사 자율 조정이 힘든 상황이라면 제3의 전문가그룹이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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