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를 정제해서 생산하는 휘발유, 등유, 경유, 항공유, 중유, 윤활유와 납사 등 석유제품이 지난 해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두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유산업이 내수시장을 과점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과 달리 '수출산업'으로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올해 상반기는 유가하락으로 수출단가가 급락한 탓에 6위에 머물렀다.
2일 산업통산자원부 올 상반기 수출입동향 자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3년 연속 반도체 제품이 주요 수출품목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석유제품은 2013년, 2014년 연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 2012년에는 반도체마저 제치고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출하는 품목 1위가 석유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석유제품이 가장 많은 돈을 벌어다 준 것이다.
이는 정유업체 4개 회사가 내수시장을 과점하면서 안정적으로 시장을 '나눠먹기'만 한다는 식의 비판과 정반대되는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시장이 과점체제처럼 보이지만 생산과잉시장이고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수년째 시장 점유율도 엇비슷한 상황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유산업이 곧 내수산업이라는 인식에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정유사 매출액 중 수출액 비중은 과반이 넘기 때문에 내수에서 수출산업으로 업종이 전환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정유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총매출에서 해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평균 55~58%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총수출액 가운데 석유제품 수출액의 비중도 지난 1991년 1.9%에 머무르던 것에서 지난해엔 8.9%로 급성장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까지는 환율과 유가 영향으로 6위에 머물렀지만 하반기엔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석유제품 수출액이 급감한 이유에 대해 "전년동기와 비교 할때 수출물량 자체는 늘었으나 단가가 낮아졌다"면서 "지난해의 경우 수출단가가 배럴당 117.4달러였는데 현재는 69달러"라고 말했다. 다만, 수출 물량은 오히려 7% 정도 늘었기 때문에 순위의 하락은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산업부도 이 같은 단가하락이 수출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하반기 정유업계 생산시설 보수 종료와 최근 유가상승 추이로 볼 때 수출감소폭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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