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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제2 수에즈 운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06 17:03

수정 2015.08.06 17:03

운하는 사람이 만든 물길이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물과 물을 연결해 배를 운항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었다. 현존하는 운하 가운데 가장 길고 오래된 것은 중국의 대운하다. 중국 저장성의 항저우와 베이징을 잇는 1515㎞의 수로로 수나라 때인 607~610년에 골격을 완성했다. 바다와 바다를 잇는 최초.최장의 운하는 지중해 포트사이드와 홍해 수에즈 사이의 수에즈운하(193㎞)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통로를 만들려는 시도는 기원전 20세기 고대 이집트시대부터 있었다. 기원전 500년께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는 홍해를 거쳐 나일강 인근 도시인 부바스티스까지 수로를 연결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18세기 말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이 일대 유적을 발견하고 운하 건설의 야망을 불태웠으나 기술 부족과 판단 착오로 포기했다. 그후 프랑스 외교관 페르디낭 드 레셉스(1805~1894)가 이집트 왕 무함마드 사이드 파샤의 허락을 받아 10년간의 공사 끝에 1869년 수에즈운하를 완공했다. 이로써 유럽~아시아 항로가 40~60%나 단축됐다.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는 수에즈운하 개통을 기념해 만들어졌고 카이로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됐다.

열강은 수에즈운하를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싸웠다. 프랑스가 수에즈운하을 소유하자 영국은 온갖 수단을 동원한 끝에 이집트왕이 소유한 운하회사 주식을 매입했고 1882년에는 운하지역을 점거하기도 했다. 1956년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이 수에즈운하의 국유화를 선언하자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은 제2차 중동전쟁을 벌였다. 이집트의 한 해 수에즈운하 통행 수입은 53억달러. 관광 수입과 해외 근로자 송금에 이어 세 번째 외화 수입원으로 이집트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

수에즈운하 개통 146년 만에 제2 수에즈운하 개통식이 6일 이집트 이스마일리아에서 열렸다. 제2 수에즈운하는 2013년 쿠데타로 집권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이집트의 영광을 재현한다며 야심차게 추진해온 프로젝트다. 기존 수에즈운하의 일부인 72㎞ 구간에 건설됐다. 이 중 35㎞ 구간은 기존 운하와 나란히 건설한 새 물길이고, 나머지 37㎞는 기존 운하의 폭과 깊이를 더했다.

제2운하가 지나친 과시성 사업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엘시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4시간 공사를 강행한 끝에 3년 걸릴 것이라던 공사기간이 1년으로 단축됐다. 졸속 우려가 있다.
2008년 이후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물동량이 줄곧 감소하고 있어 이집트 정부의 기대만큼 통행수입이 급증할지도 미지수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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