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나란히 평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전세계적으로도 '주은래 부부평전' 등 몇건뿐이다. 게다가 이 평전의 또 다른 특징은 김찬은 조선인, 부인 도개손은 중국인이라는 점이다.
김찬은 1930년대 조선에서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다가 일제에 검거돼 조봉암 등과 함께 신의주 형무소에서 복역했다.
김찬은 출감후 도개손을 만나 결혼했다. 도개손은 중국 명문가 집안 출신으로 1930년대 북경대 최초의 이과계 여학생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무명의 한국인 노동 운동가를 사랑했다. 도개손은 주의 반대에도 불구, 김찬과 결혼해 아들(김연상)과 딸(소나)를 낳았다. 게다가 도개손은 조선인 남편을 버리면 살려주겠다는 마지막 제안을 거부하고 남편과 함께 생을 마감했다.
당시 중국 명문대 출신 엘리트 여성들은 대부분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과 결혼했다. 그리고 모두 큰 영화를 누렸다. 오직 조선인 남자와 결혼했던 도개손만이 비극적인 참혹한 운명을 맞았다.
이 평전의 제목이 '사랑할 때와 죽을 때'라고 정해진 것도 그 때문이다.
부부가 나란히 평전 주인공이 된 이유는 두 사람의 항일투쟁이 대등했기 때문이다. 부인의 역량이 더 높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사랑과 항일투쟁은 물론, 마지막 죽음까지 함께 했다.
우리 현대사에서 부부가 항일투쟁에 헌신한 경우는 많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한 경우는 찾기 힘들었다. 역사학자 이덕일은 "김찬, 도개손의 삶이 다른 사회주의 혁명가 부부와 달랐던 점은 죽음까지도 함께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이 평전의 저자인 원희복은 지난 1987년부터 기자를 하면서 주로 정치, 행정 및 재난관련 기사를 많이 썼다. '경향신문' 전국부장과 시사주간지 '주간경향' 편집장, '스포츠경향' 종합뉴스부장 등을 지냈다.
저자는 지난 2003년 한국도시방재학회로부터 재난관련 심층보도에 대한 공노로 언론인상을 받았고, '민족일보 사장 조용수 평전'을 저술해 2006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수여하는 민주시민언론상 본상을 수상했다. '한국인 안전사전','국가가 알려주지 않는 공무원 승진의 비밀', '보물선 돈스코이호 쫓는 권력 재벌'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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