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출경쟁력 더 높아져 美 등서 우리기업들 위협
中 중간재 직접 조달 나서 韓, 對中수출마저도 타격
조선·전자업종 등 비상 원자재 수입은 반사이익
국내 기업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인 중국의 연속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로 한국 경제가 '차이나 리스크'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단순히 대중국 수출 감소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본격 경쟁이 시작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세계시장에서 날로 확대되는 가운데 위안화 절하는 중국 기업들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와 달리 중국의 수출 호조가 우리 기업들에 반드시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중국이 중간재 수입을 자체적으로 소화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대중국 수출 감소폭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힘세진 '메이드 인 차이나'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우리 기업들의 중국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원자재 등 수입기업은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수출입시장 전체로 봤을 때 일방적인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한국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환율 변동에 민감한 자동차, 철강, 전자, 석유화학 품목 등은 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철강판, 정밀화학원료, 석탄, 비금속광물, 컴퓨터 등을 수입하는 기업의 원가부담은 감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 기업들에 부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점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대중국 수출이 늘 수도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경쟁국인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기업의 수출이 늘면 한국 기업의 수출도 덩달아 증가하는 구조는 이미 끝났다"며 "우리 수출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신흥시장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한·중 간 수출경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봉걸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지난해와 올해 가장 큰 차이점은 중국 제품들의 세계시장 경쟁력이 1년 사이 월등히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중국산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큰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일본보다 중국 기업과의 경쟁을 이겨내는 게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中 중간재 줄이는 정책에 위안화 절하까지 가세 '위협적'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줄고 있는 데다 위안화 절하세가 가속화되면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은 외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를 중국 내에서 직접 조달하려는 쪽으로 산업정책을 바꾸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0.4%)와 올해 상반기(2.1%) 이미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줄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의 이틀 연속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로 한국 무역에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단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휴대폰과 조선, 전자 등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감소하고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시장의 경우 휴대폰 및 부품, 조선, 전기전자 등 중국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제품 역시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중국은 일본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상품과 중국 상품의 수출경합도가 높아지고 있어 위안화 약세로 인해 가격경쟁이 좀 더 가열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미국 수입시장에서 중국과의 수출경합도는 0.346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0.517)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이지만 2010년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휴대폰 및 부품(0.845), 조선(0.558), 전기전자(0.505) 등의 품목에서 높은 경합관계를 보였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 제품과 한국 제품이 보완 관계였다면 요즘은 중국 제품의 경쟁력이 상당히 올라 한국과 경합 관계"라면서 "중저가폰,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한.중 간 상품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철판, 정밀화학원료, 석탄.비금속광물 등 원자재는 수입가격 하락에 힘입어 수익성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가 위안화 절하로 모멘텀을 되찾아 경기흐름이 개선되고 내수가 활성화되면 중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성공해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고 중국의 경기가 정상적인 회복 궤도에 오르면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이지만 우리의 대중 수출이 중간재가 대부분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 안승현 김병용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