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4분기말 가계신용이 1130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소위 가계부채로 불리는 가계신용 집계는 개인이 시중은행 및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보험사 등에서 빌린 가계대출과 할부금융(판매신용)을 합산해 도출한다.
2·4분기 가계신용은 전 분기(1098조3000억원)보다 32조2000억원(2.9%)증가했다. 월 평균 10조원 꼴로 가계부채가 늘어난 셈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들어서기 직전인 지난해 2·4분기(1035조9000억원)와 비교해선 94조6000억원(9.1%)확대됐다.
가계신용의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은 2·4분기 31조7000억원 늘어났다. 전분기 증가액이 14조2000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시중은행에선 소폭 감소세(3조원 감소)로 전환된 반면 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선 5조원 늘어나 대조를 보였다. 더구나 보험·연금기금·카드사 등의 기타 금융기관의 대출 증가폭도 전분기 4조9000억원에서 2·4분기 26조8000억원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시중은행의 가계부채 관리가 강화된 탓에 상대적으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가계부채가 밀려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신용의 또다른 축인 판매신용(신용카드, 백화점·자동차 판매금융)은 지난분기 5000억원 증가했다.
대출심사 강화와 분할상환 대출을 골자로 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난데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국내에서는 유독 부동산 청약열풍과 매매가 상승 등 이상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에선 부동산 가격 거품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달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이 25일 발표한 8월 전국 주택시장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7월보다 0.55% 뛰었다. 이는 전월보다 1.19%가 올랐던 2003년 8월 이후 12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최근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한국의 경우 정책금리 수준이 낮아지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돼 금융리스크 뿐만 아니라 소비여력 약화 등 거시경제리스크도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계부채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겠지만 가계 자산의 73.2%가 부동산에 편중돼 있어 금융시장 위축, 자산가격 하락 등 여타 요인들과 맞물릴 경우 폭발력을 발휘할 것이란 경계론 역시 잇따르고 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자산이 과도하게 부동산에 편중되고 부채수준도 높은 만큼 주택금융과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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