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주변국들의 외교전이 사실상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미·일 대 북·중·러'로 요약되는 양대 전선 축이 이념과 안보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외교지형으로 설명됐지만 최근 들어 이런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동북아 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동북아 주변국들의 행보에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관철하겠다는 욕구가 강하게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위한 상호협력과 갈등이라는 기조 아래 동북아의 새로운 지도가 그려질 것이란 뜻이다.
■경제 이익 중심으로 이합집산
동북아 내 대립각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은 기존 안보 문제를 넘어 경제분야에서도 팽팽한 긴장관계를 연출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증시폭락 및 경기침체 우려에 따라 위안화 평가절하와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급기야 국채 매각까지 나설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에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가 된 중국이 투매에 나서면 국채 가격이 폭락하고, 수익률은 폭등한다. 이는 금리 급등으로 연결된다.
글로벌 경제를 좌우하는 양대 국가가 안보와 외교보다는 자국의 경제적 실리를 밑바탕에 깔아놓고 팽팽한 외교전을 펼치는 이유다.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이 종종 지적하는 게 바로 환율조작국이라는 오명이다.
한·일 간 외교전에도 경제적 실익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 문제가 한·일 간 경색된 관계의 핵심이 되고 있지만 양국이 과거사를 포함한 외교안보 전반의 문제와 경제 문제를 별도로 분리해 접점을 모색하려는 게 대표적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이후 과거 경제대국의 영광을 되찾고자 아베노믹스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문제는 핵심 교역대상국인 한국, 중국과 소원한 관계를 회복해야 경제성장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일본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것은 이 같은 배경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일본과의 경제협력 모색이 절실하다는 관측이다.
■한·중 관계, 경제분야서 교집합
한·중 간 교역협력 확대는 외교안보와 경제 등 두 가지 분야에서 모두 의미가 크다.
우선 지난해 한국과 중국의 무역 규모가 북한과 중국의 무역보다 37배가량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중 관계가 경제적으로 가까워질수록 북한은 더욱 고립되기 때문에 대북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자연스럽게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일 한국무역협회 통계 자료를 인용, "한국과 중국 무역 규모는 지난해 2354억달러(277조7700억여원)로 한·중 수교 당시인 1992년 64억달러(7조5500억여원)보다 37배 가까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북한과 중국의 무역 규모인 63억달러(7조4300억여원)의 37.4배에 달하는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한·중 간 밀월관계는 앞으로 더욱 돈독해질 전망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동되면 양국 간 교역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중 관계가 가까워지는 핵심 이유 중 하나가 경제라며 특히 올해 상반기 한·중과 북·중 무역 규모는 무려 5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일 '박근혜 대통령 방중(訪中) 과제와 의의'를 주제로 개최한 긴급좌담회에서도 한·중 간 경제 확대를 위한 제언이 제시됐다.
숭실대 구기보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한·중 교역은 2011년 이미 20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특히 대중국 수출이 증가하면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최근 3년간 연속 5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한·중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한·중 FTA의 추가협상에서 중국 서비스시장에 대한 폭넓은 개방을 얻어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이어 "기존 투자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하거나 중국 내에서 투자지역을 옮기는 상황에서 중국 지방정부가 적극 협력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양국 정부가 산업정책에 대한 조율을 함으로써 동일업종에 과잉투자해 동반 몰락하는 현상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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