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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럽] 창조혁신센터, 안녕하십니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0 16:58

수정 2015.09.20 16:58

[차장칼럽] 창조혁신센터, 안녕하십니까?

이달 들어 사흘 간격으로 지방 출장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번의 출장 모두 창조경제혁신센터 취재차였다. 한 번은 KTX에 몸을 실었고, 또 한 번은 새벽 버스행이었다.

먼저 간 곳은 출범 6개월 된 충북혁신센터였고, 사흘 뒤 '1호' 센터이자 출범 1주년을 맞은 대구혁신센터를 찾았다. 두 번의 창조혁신센터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마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가슴 한구석에 자리했다.

특히 가장 오래된 창조혁신센터가 불과 1년 만인데도 가시적 성과들을 쏟아내는 센터들의 '속도감'에 놀랐다. 역시 전후 30년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일군 불굴의 민족다웠다.

1주년을 맞은 대구혁신센터만 보더라도 벤처.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Lab을 통해 35개사의 조기 사업화를 달성했다.
이 중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투자받은 3억원을 종잣돈으로 세계 최대 전기차기업인 미국 테슬라에 페달 부품을 공급하는 쾌거를 일군 벤처도 있다.

또 대구혁신센터는 1년 만에 브라질의 창조경제 모델로 떠올랐다는 소식도 들렸다. 충북혁신센터도 17개 창조혁신센터 중 가장 많은 5만4000여건의 특허를 개방해 중기·벤처기업들의 '특허 도우미'로 부상했다. 충북혁신센터는 특허 개방건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도 밝혔다. 다른 15개 센터도 속속 초기 성과물을 내놓고 있다. 지난 15일 대구혁신센터 출범 1주년 기념식을 찾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대구혁신센터는 대구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창조경제 허브로 성장할 곳"이라며 지난 1년간의 성과와 노고를 높이 평가했다.

알다시피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창조경제는 이스라엘로부터 벤치마킹한 국가혁신 프로젝트다. 창조경제 전파자들은 우리나라가 자원빈국이라는 절박감과 세계 최고 수준의 우수 유전자를 가진 민족이라는 공통점에서 이스라엘의 모델을 채택했다.

이스라엘의 모델상을 표방했지만 우리나라의 창조경제는 이스라엘이 놀라워할 만큼 빠른 속도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을 '창조국가'로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벤처캐피털인 요즈마펀드도 4조원 규모로 성장하는 성과를 내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적어도 두 번의 출장길을 통해 접한 창조경제의 현장은 한국이 이스라엘 못지않은 창조국가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마중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구혁신센터의 우수벤처 사례로 뽑힌 이경동 월넛 대표, 유재용 테크트랜스 대표, 이윤재 구니스 대표는 한결같이 "창조혁신센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재기하거나 성과를 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 모두 벤처창업에 실패한 아픈 경험이 있기에 진심이 와닿았다.
다만 현장에서 만난 한 센터 관계자의 말은 마음에 걸렸다. 그는 "창조혁신센터가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지만 자칫 성과경쟁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창조혁신센터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치고 있는 환경 자체가 창조경제의 시작"이라고 충고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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